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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당 의원 24명은 ‘선거 연패·수사권 분리’에 이렇게 답했다

등록 2022-06-08 11:45수정 2022-06-08 17:55

민주당 의원 24명 인터뷰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이 마련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1일 오후 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개표방송 시청 후 자리를 비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이 마련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 1일 오후 당 지도부와 관계자들이 개표방송 시청 후 자리를 비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지방선거 참패 뒤 더불어민주당은 격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계파와 선수를 안배해 민주당 의원 2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당의 위기 원인과 미래 전망을 짚은 인터뷰는 ‘길 잃은 민주당’이라는 제목의 기획 연재에 담겼다.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가 담긴 인터뷰 전문을 이슈별로 정리해 공개한다.

 선거 연패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초선의원①

“코로나19 상황에 흔들리는 이들을 돌보지 못했다. 당 안에서 ‘중도층을 견인해야 한다, 너무 진보적인 의제는 중도층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논리가 작동했다. 당의 강령이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모습에 우리 지지자들이 많이 떠나고 실망했다.”

△초선의원②

“부동산, 부동산, 부동산. 모든 것을 앗아가는 블랙홀이 부동산이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우리가 아무리 한다고 했어도 그 상승폭이 워낙 크다 보니까 ‘너네는 안돼’ 하는 것이다. 집 없는 사람은 집 못 사게 해서 불만, 집이 있는 사람은 세금 많이 내니까 불만. 모든 계층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정책을 쓴 게 우리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에 ‘부동산 정책 정말 죄송하다’ 한두 번만 했어도 대선에서 이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초선의원③

“대선에선 부동산 문제가 컸다. 부동산 정책을 국민들 눈높이도 생각하고 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이념 지향적인 것이 많이 있다 보니 공급을 늘리기보단 세제를 통해서 (집값을 조정하려) 했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프다. 부동산 정책을 포함해 여러 의사결정에서 당내 민주주주의로 서로 목소리를 높여야 했는데 ‘원팀’ 분위기에 묻혀 발언을 삼갔던 것들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자아냈다.“

△초선의원④

“우리 당은 반성을 하기가 너무 두려운 당이 됐다. 반성을 하면 그게 분열로 이어지고 분당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게 내려누르고 있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4·7 재보궐 때 그랬지만 바탕에 깔려 있는 우리 당에 대한 국민 평가의 중요한 요소들, 예를 들어 조국 사태라든가 이런 걸 편하게 평가할 수 없는 외부 환경도 영향을 많이 미쳤다. 대선 이후에는 지도부가 반성할 시간을 두지 않고, 평가의 여지도 두지 않고 비대위를 구성해 끌어나간 게 굉장한 실책이었다.”

△초선의원⑤

“재보궐 패배는 결국 선거의 원인(박원순·오거돈 전임 시장의 성폭력 문제)이 우리에게 있었는데 후보를 낸 탓이 크다. 과거 제3지대에서 박원순이란 인물을 찾은 것처럼 인물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대선에선 ‘내로남불’ 프레임이 먹혔는데,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완전히 끊어내든 끌어안든 태도를 명확히 했어야 한다. ‘졌잘싸’는 지지자들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할 말은 아니다. 우리 안에선 패배 원인 분석을 명확히 했어야 했는데 너무 빠르게 지방선거가 닥쳤다.”

△초선의원⑥

“국민들이 준 표의 뜻을 전혀 읽지 못했다. 2021년에 재보궐하면서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는데도 (우리는) 아주 오만방자했다. 당시에 ‘앞으로 잘해라’ 한 게 아니고 심판을 한 거다. 그런데도 우리의 의제만 맞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응답을 못했다. 경제정책부터 시작해서, 디테일을 잘 모르는 채 말로만 선의로 ‘우리 뜻은 그게 아니었어요’ 이런 식으로만 해서 어설픈 정책들이 나갔다.”

△초선의원⑦

“우리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유능하게 해내는 실력을 보여주질 못했다. (지방선거에서) 철지난 민영화 이슈를 부각한 것도 그렇고, 선거용으로 끌고 나온 김포공항 이전 문제도 그렇고.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진영논리만 작동한 것 아닌가. 탈원전도 가치만 내세우고 준비를 못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세상, 보여주려는 세상이 무엇인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말은 애매하고 실체가 없다. 국민의힘과 우리의 차별성을 설득력있게 보여주지 못한 게 연패의 원인이다.”

△초선의원⑧

“코로나19로 노동자들 삶이 더 어려워졌는데 문제가 심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줄곧 중도층 견인해야 한다고만 하면서 이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어려운 이들이 ‘민주당도 소용없구나’ 하고 등을 돌린 것이다.”

△초선의원⑨

“1차적으로 정책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부동산인데, 거기에 대한 반성이 일단 없었다고 본다. 종합부동산세 문제 등에서 ‘국민의 2%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라며 국민을 오히려 설득하려고 했다. 그런 모습이 오만하게 비춰졌을 것 같다.”

△초선의원⑩

“촛불민심의 기대가 컸는데 충족되지 못해 실망도 커졌다. 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걸 제도화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그런 비전과 실행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두번째는 도덕성 문제다. ‘너희들도 똑같구나. 내로남불이다’. 대선은 미래지향적인 투표인데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논의에서도 후퇴하면서 큰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재선의원①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이재명 후보의 도덕적 리스크. 전략적 실패도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가치와 비전을 중시하는데 프레임 선점을 하지 못하다보니 밀렸다. 지선을 대선의 연장선으로 가선 안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엔 대통령실 이전 문제 등 비판하며 충분히 대결해볼 만한 선거였는데 무리하게 탈당까지 시켜가며 검찰개혁에 나서고 급속히 (여론이) 나빠졌다.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와 이재명의 출마, 어떻게 보면 코미디 같았다.”

△재선의원②

“민심 이반을 초래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부동산을 비롯한 민생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자세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 또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도덕적 문제들이 계속 누적됐다. 당 나름대로는 그런 것들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 나름의 반성도 하고 대안도 모색해 왔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보기에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본다.”

△재선의원③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를 낸) 4·7 재보궐 선거는 명분 없는 선거였다. 대선은,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있고 당에도, 후보에게도 있었다고 본다. 지방선거는 그 연장선에서 졌는데, 졌다고 안하고 ‘졌잘싸’를 외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한쪽에선 일꾼론 말하는데 한쪽에선 정부를 견제하자고 하고. 총체적으로 반성해야 할 때 반성을 안했다. 우리가 개미처럼 표 모을 때 지도부가 싸움박질한 문제도 크다.”

△재선의원④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부동산 문제 등으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것이 대선·지선을 통해 폭발했다고 본다.“

△재선의원⑤

“정부 차원에서 보면 민주화운동 한 사람들의 우월감이 국민들 눈에 오만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무능했다. 당 차원에서 봤을 땐, 지방선거의 전략이 없었다. 이슈 관리도 안 되고 방향성도 없었다.”

△재선의원⑥

“실패한 대선의 시즌2 구도로 지방선거를 치른 게 잘못이다. 아픈 이야기지만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변명하거나 망각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생 문제에 있어선 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를 뼈아프게 생각한다. 재난 시 국가 책무를 키운 게 아니라 좁혀버렸다. 민주당이라면 재난 극복 방향을 제대로 잡았어야 하는데 손실보상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상당히 아쉬움이 있다.”

△재선의원⑦

“신뢰할 수 없는 정당. 믿음직하지 않은 정당의 모습을 보였다. 개혁·정의를 믿고 싶은 마음이 유권자에게 있을 텐데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부터 불신이 쌓인 게 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다. ‘강남좌파’라는 말이 사라졌다. 돈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을 싫어한다.”

△재선의원⑧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정책 실패가 너무 컸다.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가격 오른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관리하면서 국민 신뢰를 못 준 게 크다.”

△다선의원①

”집권 시기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여러 가지 정책의 위기, 내로남불식 태도에서 오는 신뢰의 위기, 개혁을 시작하고 끝맺지 못해 비롯된 성과의 위기가 중첩됐다. 개혁이 무질서하게, 일련의 프로그램 없이, 컨트롤타워 없이 진행되며 개혁의 효능감을 주지 못했다.”

△다선의원②

“문재인 정부 5년의 부동산대책 등 정책 실패, 당이 팬덤정치로 반대자의 공간을 좁힌 것, 이재명 후보의 도덕적 리스크가 종합된 결과다. 감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다선의원③

“민주당의 길이 형해화됐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우리가 한 건 내부 권력투쟁밖에 없었다. 사회를 어떻게 바꾸려 하는지 당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인사 실패, 말할 필요 있나? 윤석열과 최재형, 우리 정부 사람이 아닌가. 그 부분 제대로 짚지 못했던 우리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나.“

△다선의원④

“지난 대선 때 정권 심판론과 이재명 후보의 스캔들, 2개가 축이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만 하는데 그러면 본질은 못 읽는 거다. 민주당의 국정운영에 기대가 높았는데 소통도 잘 못하고 오히려 불통, 독단이고 의석수가 많다고 입법 독주하며 힘자랑을 했다. 거기에, 패거리 정치가 당을 일색으로 만들었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초선의원⑥

“수사권 분리 안하면 망한다고들 했는데, 그러면 평상시에 했어야 하지 않나? 검찰개혁,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선후가 있고 시기가 있는 거다. 지난해에 했던 언론개혁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 언론개혁의 중요한 대목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아니었나. 그런데 그건 이야기를 안했다. 우리 당이 계속 집권할 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대선 지고 나니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게 바로 내로남불이다. 국민들 눈에 그게 안 보이겠나?”

△초선의원⑦

“검찰개혁, 탈원전, 연금개혁, 최저임금 인상,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걸 해내는 데 있어 얼마나 잘하느냐가 문제였다고 본다.“

△초선의원⑧

“검찰이 보여줬던 행태들을 우리가 다 잘 알잖나. 검찰의 권력을 끊어내야 한다는 거였는데 정치인들이 수사를 피하려고 하는 거란 식으로 언론에 나가니까 문제가 된 거다.“

△초선의원⑨

“언론개혁, 검찰개혁 다 좋은데, 우리가 그 이상으로 큰 틀의 개혁을 했어야 한다. 그런 고민이 없었다고 본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너무 현안 위주로 급급하게 갔다.“

△재선의원②

“대선이 끝나고 검수완박을 마무리하는 측면에서 시즌2 개념으로 진행했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민생이 우선이었다. 다수당으로서 설득이나 정치적 타협보다는 숫자로 밀어붙인 게 반복된다고 느꼈던 것 같다. 또 대선 패배를 한 다음에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그런 것들이 반복됨으로써 국민들이 갖는 피로감이나 실망감이 있었다.“

△재선의원③

“당내 강경파가 주도할 때 의원들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모았어야 하는데 말 많이 하는 사람 중심으로 의견이 모였다. 제도도 완성하지 못했고 민심도 못 얻었다.“

△재선의원⑥

“검수완박을 두고 국민들의 찬반이 있지만 지금까지 힘써야 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조국 사태와 한묶음으로 볼 순 없다.“

△재선의원⑦

“그나마 당시 야당과 합의돼 결론적으로 우리가 잘못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것까지 가는 과정에서 국민 동의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심우삼 wu32@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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