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로 민주당 위기 극복을 위한 평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70년대생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차기 지도부를 꾸리자는 ‘70년대생 기수론’이 떠오르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이재명계(친명계)와 친문재인계(친문계) 모두 2선으로 후퇴하고 새 얼굴로 빈자리를 채워 당을 쇄신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70년대생 기수론은 일부 재선의원들이 지난 9일 비공개 모임에서 “70년대, 80년대생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되고 당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방선거 직전 ‘86세대 용퇴론’이 제기되고 지방선거 이후엔 친명계·친문계 모두 전당대회 불출마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70년대생 기수론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 김해영 전 의원 등이 70년대생 주자들이다.
당내에선 모처럼 신진 그룹이 당권 도전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박수 칠 만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현실적인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간 용감하게 나선 후배들이 없는 만큼 이런 움직임은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재선의원들을 만나 “새로운 움직임을 환영한다. 도전할 토양을 만들도록 노력할 테니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계파정치와 86세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반사체라는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15일 민주당 재선의원 모임이 국회에서 연 대선·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도 김병기 의원은 “누구는 나오지 말라며 ‘제한된 경쟁’을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다 덤벼서 서바이벌을 통해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핵심은 누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세대교체론은 약간 포퓰리즘적인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재선그룹에서 요구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 70년대생 정치인들의 지도부 입성 폭을 넓힌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도체제를 손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집단지도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쇄신과 혁신해야 할 민주당에는 맞지 않는 지도체제”라고 적었다.
이들이 당의 주류인 ‘86세대’를 뛰어넘으려면 당을 위기에서 구해낼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0대였던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을 요구하며 2000년에 ‘정풍운동’을 벌인 것처럼, 본인들의 실력으로 당의 쇄신을 이끌어야 주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다선의원은 <한겨레>에 “70년대생들이 자기 자리 보전을 전제로 움직인다면 진정성이 흐려질 것”이라며 “미운털이 박혀서 공천을 못 받더라도 세대교체에 대한 결기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70년대생 주자인 한 정치인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진짜 태풍이 될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