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가사지만, 지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겐 의미심장하다.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국민의 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카혼타스>의 주제가인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번안곡 유튜브 링크를 공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원래 이 노래는 자연을 망치는 인간의 욕심과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서정적인 내용의 곡이지만, 중징계 끝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이 대표의 처지와 맞물려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가사 중에 ‘자기와 다른 모습을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등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튀는 행동과 화법으로 당내에서 눈총을 받았던 이 대표가 현재 사면초가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그간 폭로의 배후에 당내 친윤 그룹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온 만큼, 이 가사가 당내 ‘윤핵관’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지금까지 주로 에스엔에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혀온 점은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나무를 베면 얼마나 크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대목은 20대 남성을 대변하며 ‘청년 정치’의 깃발을 들었던 이 대표가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은 자신의 상황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앞서도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을 비판할 때도 이 곡을 이용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이었던 안 후보가 ‘공천 파동’을 일으켰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 “누가 가사를 옮겼는지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찰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잘 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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