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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풍산개’ 3마리 어찌 되나…여야 “좀스럽다” 옥신각신

등록 2022-11-07 19:03수정 2022-11-08 06:40

김정은 선물 풍산개 거취 두고
전·현 정부 ‘감정 싸움’ 벌여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를 돌보는 모습. 당시 청와대 비서실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를 돌보는 모습. 당시 청와대 비서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의 거취를 놓고 전 정부와 현 정부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국가기록물’인 풍산개들을 위탁 관리 방식으로 키우려면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가 차일피일하자 문 전 대통령 쪽이 대통령기록관에 ‘곰이와 송강을 반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7일 입장문을 내어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쪽은 앞서 5일 행정안전부에 ‘퇴임과 함께 경남 양산 자택으로 데려갔던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곰이와 송강 그리고 이들의 새끼 중 ‘다운이’ 등 세 마리를 윤 대통령과의 합의 아래 경남 양산 자택에서 보살펴왔다.

풍산개들의 앞날은 정권교체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 중 받은 선물은 국가기록물로 분류돼 대통령기록관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물이 동·식물일 경우엔 대통령기록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 이관해 관리하도록 하는데, 이런 탓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쪽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는 김 전 대통령 퇴임 뒤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져 전시됐다가 2013년 자연사해 동물권 단체들로부터 비판이 나왔다.

곰이와 송강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키우던 주인이 키워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양육권’을 넘기겠다는 뜻을 밝히며 정리되는 듯 보였다. 대통령기록관은 윤 대통령의 취임일을 기해 문 전 대통령 비서실과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협약에는 ‘풍산개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협약이 지켜지기 위해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지만, 시행령 개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문 전 대통령 쪽은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고 보고, 정부에 풍산개들에 대한 반환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쪽은 이날 입장문에서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는 탓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시행령을 개정해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지만 6월17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쪽에선 이와 관련 “정부 측에서 (문 전 대통령 쪽에 풍산개의 위탁을 맡기기) 싫거나 더 나은 관리 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그만이다.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라며 “정이 든 반려동물이어서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위탁관계의 해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쪽이 풍산개 반환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한 건, 이날 오전 한 언론이 월 최대 250만원 규모 ‘개 관리비’ 예산 지원 문제로 문 전 대통령 쪽이 풍산개들에 대한 파양 통보를 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보도가 나온 뒤,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룟값이 아까웠나.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문 전 대통령 쪽에선 정부가 고의적으로 이런 내용을 언론에 흘려 ‘전 정권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쪽에선 해당 보도에 대해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대통령실이다.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문 전 대통령 쪽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에서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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