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대표는 19일 두번째 대표연설에 나섰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정권의 무도한 실정 앞에서도 선뜻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아프게 자성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 잇단 논란으로 도덕적 위기를 맞자 당 혁신기구를 꾸린 가운데, 대표연설에서 거듭 쇄신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치열한 혁신”을 약속하며 “1년 만에 국민이 정권을 포기했지만, 민주당이 그 분노와 실망을 희망과 기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경쟁하지 않고,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국민의힘과 비교하지 않고 민심만을 기준으로 삼겠다. 국민께서 ‘민주당이 달라졌다’, 이렇게 느낄 때까지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이 상대의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만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자성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또 윤석열 정권을 △민생 △경제 △정치 △외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한 “5포정권, 국민포기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며 “국가는 채찍 든 감독관처럼 국민을 각자도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식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하고 스스로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도 외면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정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우리’ 대통령을 지킨다며 국민을 향해 쉼 없이 칼을 휘두르고, 완장 찬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권익위와 선관위를 무릎 꿇리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마치 오늘만 사는 것처럼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연설 중 지난 5월1일 노동절에 분신해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씨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은 양회동씨가 삶을 등진 지 49일째 되는 날”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 자신을 공갈협박범으로 몬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구속심사 직전에 자신의 생명을 던졌지만 정부 누구도 이 죽음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말하는 ‘우리 국민’에는 정부와 생각이 다른 노조, 시민단체, 국민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나주 공립보통학교 6학년생 양금덕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일제에 강제동원돼 오른쪽 눈을 잃고 후각마저 잃었다”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제3자 변제’를 내세워 일본의 사과 기회마저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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