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내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 소속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언론에 공개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엔 맹공을 퍼붓던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의 같은 문제엔 ‘비밀 누설’이라며 윤리심사자문위를 공격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잦은 가상화폐 거래가 똑같이 드러났는데도 ‘권영세 윤리특위 제소, 김홍걸 당 자체조사’ 방침을 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이중적인 잣대 역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상자산 보유 관련 내용이)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자진신고를 했다”며 “그런데 (윤리심사자문위가) 의원들의 선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적으로 지켜야 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법 위반 정도가 묵인하기 곤란한 상황이라, (당에)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일부 언론은 윤리심사자문위가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신고한 의원 11명 가운데 다수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권영세 장관이 3년여 동안 누적구매액이 10억원 이상으로 400차례 이상 가상자산을 거래했으며,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업무시간에도 거래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를 두고 윤 원내대표는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 취재로 인해, 비밀엄수 의무를 지키지 않는 일부 윤리자문위원으로 인해 보도되고 있다”며 “누구를 고발할 것인지, 어느 법으로 고발할 것인지는 당 법률자문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 등이 국회법의 비밀엄수 의무, 형법의 비밀누설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의원들은 임기 개시일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가상자산 보유 현황·변동 내역을 지난달 30일까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신고했다. 신고한 이들은 국민의힘 권 장관과 김정재·유경준·이양수·이종성 의원, 민주당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황보승희·김남국 무소속 의원으로 모두 11명이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권 장관의 가상자산 거래횟수를 문제 삼아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누적구매액이 10억원 이상으로 100차례 넘게 가상자산을 거래한 김홍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당의 이중적인 태도에 정의당은 “남의 문제만 크게 부풀려 그 뒤에 숨은 채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5월과 6월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전수조사와 청문회 개최에 잇따라 합의한 바 있는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를 탓하며 미적대는 탓에 진척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한겨레>에 “공표 과정이 맞냐 아니냐, 누가 더 많이 거래했냐로 쟁점을 옮길 때가 아니다. 자진신고한 사람 중에서도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게 확인됐으니 빨리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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