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라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혁신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당 지도부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나온 것이다.
고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혁신위가 제안한 내용의 상당수는 민주당의 헌법인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의원제 폐지는 오로지 전당대회,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곳에만 적용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저희 지도부가 총사퇴하지 않는 한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 이후에 치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 끝나고 해야 할 일을 굳이 지금으로 당겨야 할 시급성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룰(규칙)은 당헌 25조에 비율이 정해져 있어, 이를 수정하려면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 지도부조차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민생의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이다. 오로지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국민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인데, 혁신위는 여기서 대의원과 일반당원을 제외하고 ‘권리당원 70%, 일반국민 30%’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고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 때 현역 의원 평가 기준을 강화하도록 한 혁신안을 두고도 “혁신위가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발표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이해찬 전 대표 때 총선 1년 전 후보자 추천에 필요한 규정과 절차를 확정·공표하는 내용의 당헌 97조4항을 전 당원 투표로 만들었고, 그에 따라 지난 5월8일 내년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관련 특별당규를 제정했는데 혁신위가 이를 뒤집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고 최고위원은 “어렵고 힘들어도 국회 내에서 절차를 거쳐 발의하고 상임위와 본회의를 거쳐 가며 법을 개정하는 이유는 절차적 정당성 때문일 것”이라며 “입법기관인 우리 스스로 우리가 정한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최고위원회의에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며 혁신안을 감싼 원외 친이재명계 서은숙 최고위원 말고는 아무도 혁신안 관련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공개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이재명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은 혁신위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서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라고만 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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