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8일 낮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들머리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국무총리 해임,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검찰이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시험대’에 올랐다.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가결하면 당이 내분에 빠지게 되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여는 데 필요한 구인영장 발부를 위해 체포동의요구서(체포동의안)를 검찰에 보냈다. 체포동의안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현직 국회의원으로 불체포특권을 가진 이 대표가 국회 회기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려면 체포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이르면 19일 국회에 접수되고, 20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오는 21일 표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이쪽 길도 저쪽 길도 피를 철철 흘리는 상처를 입지 않고는 가기 어려워졌다”고 한탄했다. 체포동의안 처리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당은 가시밭길이라는 뜻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고,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제 조건 없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잇따랐다. 당 의원총회에선 ‘정당한 영장 청구’일 경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모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이후에도 당 안에선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조금 더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 직후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와 당이) 같이 죽는 수가 있더라도 지금은 같이 죽는 게 맞다”며 “단식을 20일 가까이 한 사람을 누구 말대로 어떻게 ‘검찰의 아가리’에 집어넣나”라고 말했다. 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당내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정당하지 않은 청구’라는 점을 부각해 부결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하는 등 비이재명계에서도 부결론이 나왔다. 이 대표의 장기간 단식으로 당내에 동정론이 퍼진 가운데, 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강조하면 방탄이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기류가 읽힌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청원 운동에 나섰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체포동의안 표결 관련 의사를 묻고, ‘부결하겠다’고 답한 의원들의 이름에 순번을 매겨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자들에게는 가결이 일종의 패륜이 되어버렸다”며 “혹시나 가결될 경우 지지자들의 분노로 당이 쪼개지는 것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표결 결과는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기세등등한 ‘부결몰이’ 탓에 숨죽인 가결론자들이 무기명 투표에서는 가결표를 던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표의 첫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은 당론에 준하는 수준으로 부결을 밀어붙였지만, 결과적으로 이탈표가 대거 발생해 찬성표(139명)가 반대표(138명)보다 근소하게 앞선 바 있다.
이 대표가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도 주요 변수다. 한 지도부 의원은 “최악은 이 대표가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당은 혼돈에 빠져들고 법원의 영장 발부 가능성도 커진다”며 “이 대표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