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기 전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자신의 거취를 논의하고, 신당 창당을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신당 창당을 공언한 상태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전 대표 측에게 신당 창당보다는 국민의힘과 함께 힘을 합쳐 총선에 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지를 전달해왔고, 그 과정 속에서 오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제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다. 오히려 저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한겨레 통화에서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제안으로 만났다고 했다. 그는 이날 시사 유튜브 방송에서 “김 대표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어서, 본인이 굉장히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이 상황 자체가 하루라도 지속하면 너무 화가 난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며 “(저는) 다른 말씀 안 드리고 ‘차분히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2021~2022년 사이 이 전 대표는 대표, 김 대표는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대표에서 중도 퇴진했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사퇴 압박은) 저도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라고 유튜브 방송에서 말했다. 김 대표는 숙고 기간 이 전 대표 외에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상민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민·구자근·강민국 의원 등을 만났다고 한다.
이날 회동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일정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내가 신당을 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김 대표가 제시하는 그런 대화는 아니었다. 김 대표는 한번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니라는 내 성격을 잘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를 요구해온 이 전 대표는 “전투에 졌는데 지휘관은 지금 멀쩡하게 네덜란드에 있고, 그분 밑에 분단장 정도를 원흉으로 몰고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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