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당 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이재명 대표 사퇴 요구는 내년 4월 총선을 110여일 앞두고 당 안팎 상황이 비상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나왔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논란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행보로 내홍을 겪는데다, 이탄희·홍성국 등 초선 의원들이 지난 13일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에 경고음을 낸 터다. 당 밖에서는 국민의힘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진하고 재정비에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에도 위기감을 넣는 상황이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으로 이뤄진 원칙과 상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통합 비대위 구성을 당 지도부에 공식 요구했다. 이원욱 의원은 “당대표를 포함해 지도부가 사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그동안 해온 주장에서 가장 나아간 것이다. 지난달 16일 출범한 원칙과 상식은 도덕성, 당내 민주주의, 비전정치의 회복 세가지를 당 지도부에 요구해왔으나 지금까지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의원. 연합뉴스
이들은 “우리는 우리 당대표의 무죄를 믿고 싶지만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것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직면한 리더십 리스크의 본질”이라며 “국민은 ‘민주당이 리더십을 혁신하기만 하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할 텐데 왜 그 길을 가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현재 이 대표 체제로는 단합과 통합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 사퇴 요구에 호응하는 내부 목소리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도부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탈당-신당 합류 빌드업이 아니라면 자중하라”고 원칙과 상식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 지도부가 비주류에 마냥 귀를 닫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의총에서는 “국민의힘과 쇄신 경쟁에서 뒤처진데다가, 분열을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당 지도부가 원칙과 상식을 만나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퇴 요구에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이날 의총에도 불참했다.
원칙과 상식은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며 12월을 시한으로 언급했다. 이원욱 의원은 한겨레에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 등) 실존적 고민을 하거나 경선 준비를 열심히 하거나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그게 무엇이든 4명은 공동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대표 사퇴 외에도 ‘다당제 민주주의를 하고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두번째 요구로 제시했다. 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기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경우 또한 이들에게 ‘공동 행동’의 명분이 되는 셈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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