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안이 가결된 26일 당 대표실이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바뀌어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8일 한동훈(50)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비대위를 이끌 10명(지명직 8명, 당연직 2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지명직 비대위원 8명 중 7명이 원외 인사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이들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밝혀온 ‘비정치인’ ‘반민주당’ 색채가 뚜렷하게 반영됐다.
지명직 비대위원에는 시각장애인 비례대표인 김예지(43) 의원이 현역 의원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밖에 민경우(58) 민경우수학연구소장, 김경율(54) 회계사, 구자룡(45) 변호사, 장서정(45) 돌봄 스타트업 ‘자란다’ 대표, 한지아(45)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39) 호남대안포럼 대표, 윤도현(21) 자립준비청년 지원단체 ‘솔’(SOL) 대표가 합류했다. 윤재옥(62) 원내대표와 유의동(52) 정책위의장도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여한다. 29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 임명안을 추인하면, ‘한동훈 비대위’는 공식 출범과 함께 첫 회의를 연다.
한동훈 비대위에는 20·30·40대가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한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11명의 평균 나이는 46.7살로, ‘김기현 체제’ 시절 최고위원 7명의 평균 나이 53.6살보다 7살 가까이 젊어졌다.
이날 공개된 비대위원 10명 중 7명이 비정치인으로 구성된 것은 기존 정치 문법을 비판해온 한 비대위원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7일 비대위 구성에 대해 “당연히 비정치인 위주”라며 “정치인 위주로 할 거면 제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정치인들의 화법을 “여의도 사투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반정치, 비정치로 기존 여의도 정치와 승부를 건다는 밑그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쪽에 있다가 보수로 돌아섰거나 이재명 대표를 비판해온 이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도 눈에 띈다. 민경우 소장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간부를 지내다 전향한 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경율 회계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이른바 ‘조국 흑서’를 집필했으며, 지난 5월에는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은식 대표는 호남에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를 이끌며 민주당과 각을 세웠고, 최근에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으로도 합류했다. 구자룡 변호사는 방송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주류와 같은 생각을 했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에 견줘 비대위원들의 중량감이나 인지도는 낮다는 게 당내 중평이다. 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비정치인 중심으로 비대위가 꾸려진 것을 두고 ‘정치력 부족’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처럼 한 비대위원장만 주목받는 비대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