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사람과 중소기업 중심”…이 “생산성 향상”
경제성장률을 둘러싼 후보간 정책 대결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일찌감치 7% 성장을 내세운 데 대해 ‘후발주자’인 범여권의 문국현 예비후보가 13일 그보다 1%포인트 높은 8%를 제시하고 나섰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에서도 성장률 담론을 ‘숫자놀음’으로 치부하는 유시민 경선후보를 빼고는 모두들 성장률 목표치를 정책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가장 높은 목표치를 들고 나온 이는 뜻밖에 문국현 후보다. 문 후보는 이날 정책간담회를 열어 “사람과 중소기업을 중심에 놓는 진짜경제로 8% 성장이 가능하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주장은 기존의 추세성장률 5%에다 중소기업 재창조로 2%포인트, 새로 발굴한 성장동력에서 나올 추가성장분 1%포인트를 더하면 8% 이상 성장은 너끈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쪽은 이를 위해 △연 근로시간 단축(2300시간→2000시간) △중소기업 생산성 배가와 산재율 축소 △중소기업 평생 학습체제 구축 △교육·복지 부문 확대, 국가 시스템 정비 등 정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예산 10% 절감 △북-미수교에 이은 남북경제공동체 구성과 남·북한, 미·일·러를 잇는 환동해 경제협력벨트 구축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7% 성장론을 “육체근로 위주의 과로체제, 낡은 패러다임”이라고 비판한 뒤 “토건·재벌 중심의 7% 성장은 가짜 성장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국현 모델’의 대척점에는 이명박 후보가 있다. 7% 성장을 목표로 삼은 이 후보는,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성장률이 4~5%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면서 “잠재성장률(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있는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을 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적인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것 말고도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 쪽은 현재 4%대인 잠재성장률을 3%포인트 더 끌어올릴 세부방안으로 △법질서 확립을 통한 노사관계 안정 △공공부문 비효율 제거 등 국가 시스템 재정비와 도로·철도·항만·운하 등 국토 인프라 확충 △각종 규제완화 및 세율 정비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각각 1%포인트의 추가 성장요인을 확보하면, 7%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 쪽은 “나라 지도자의 리더십이 확실히 작동하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되살아 나고, 사람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올라가며, 동시에 연구개발·선진기술 도입 등이 늘어난다”면서 “이렇게 하면 요소생산성도 높아져서 매년 7%의 경제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후보들은 정책공약을 통해 저마다 6.4%(손학규), 6%(정동영·이해찬·한명숙)의 성장률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정책 수단까지 밝히지는 않고 있다.
강희철 권태호 기자 hckang@hani.co.kr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짜 경제로 8% 성장 가능하다”는 주제로 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문 후보는 또 “땅 파고 물길 돌리는 토건중심의 우물 안 가짜경제로는 7%가 아니라 5%의 성장도 어렵다”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정책을 공박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강희철 권태호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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