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분열로 3강구도 기대
중도개혁 결집 이룰 돌파구 모색
중도개혁 결집 이룰 돌파구 모색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쪽 관계자들은 요즘 ‘3자 필승론’을 입에 달고 산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등장으로 ‘이명박 대세론’이 무너지고 보수 진영이 분열되는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3자 대결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 후보가 8일 부산신항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사람은 귀족 후보고, 또 한 사람은 졸부 후보다. 수구보수진영 두 후보와 중도개혁진영간 ‘삼각 구도’가 형성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3자 구도를 만들지 못할 경우 두 보수 후보의 ‘맞대결’을 구경만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 후보의 지지율은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을 전후로 정체 또는 하락 추세다. 이날 보도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은 11.1~16.3%로 나타났다. 3자 대결은 커녕 ‘1강2중’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정 후보 쪽은 일정한 ‘조정기’를 거치면 3자 구도가 형성돼 역전 드라마를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비케이(BBK)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 등으로 한나라당 쪽이 ‘내전’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기대’가 바탕에 깔려 있다. 선거대책위원회의 한 핵심 인사는 “1987년 대선 때와 비슷하다. 30%대의 지지율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쪽은 전통적 지지층을 묶어낼 ‘전선’ 구축이 한층 용이해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경제 전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이념 전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명박 후보에게는 35% 이하로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 민주개혁진영, 반부패 진영에는 어떻게든 통합을 이뤄 모두 한 길로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쪽의 상황이 정 후보 쪽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 통합신당의 한 의원은 “현재의 ‘1강2중’ 구도가 고착화하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진다. 추격자의 처지에서는 이슈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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