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손학규 대표쪽 “중도실용”…일부서 “한나라와 뭐가 다르냐”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의 ‘새로운 진보’, ‘제3의 길’ 노선이 당내에 ‘물밑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손 대표는 이를 당 쇄신의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생각인 반면, 일부에선 당을 ’우향우’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비판적 경계에 나서는 형국이다.
손 대표는 지난 10, 11일 대표 수락연설과 취임사에서 연거푸 새로운 진보를 강조했다. 손 대표는 취임사에서 “새로운 진보는 국민생활을 돌보는 것으로, 중도적 가치와 실용적 정신이 반영되는 진보”라며 ‘과학적 진보주의’라고 이름 붙인데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새로운 진보가 본받을 만한 대상으로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추구했던 ‘제3의 길’ 노선을 꼽았다.
그와 가까운 의원들은, 진보의 전통적 가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중도 실용 노선으로 가자는 게 새로운 진보의 뼈대라고 말한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은 최근 <한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실용을 극도로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듯 “똑같은 실용이라고 해도 누구 편에 서서 어떤 지향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3일 당직 인선에서 대변인에 임명된 우상호 의원도 “실용을 강조한다고 해서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재벌, 가진 자 위주의 실용을 말하는데 반해 손 대표는 서민 중심의 중도 실용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손 대표의 새로운 진보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의 ‘선진평화론’과 맥락이 같다고 한다. 당시 손 대표는 실업·사교육비·노후·내집 마련 등 이른바 ‘4대 불안’ 해소책으로 중소기업 르네상스, 해외투자 유치, 교원평가제 도입, 암치료비 100% 국비부담, 맞춤형 공공주택 등을 제안했지만 “정책 방향과 세부안이 모호하다” “한나라당 주장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우상호 의원은 “새로운 진보를 어떻게 정책화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당내 일부에서는 손 대표가 섣부른 구호를 앞세워 전통적 지지층과 더 멀어지고, 결국 4·9총선에서도 대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손 대표가 말하는 성장, 친대기업,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은 이 당선인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견해들이 (당내에) 존재한다”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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