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의원(왼쪽 맨 위) 등 대통합민주신당 민생쇄신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손학규 대표를 만나 공정한 공천 심사를 건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왼쪽)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왼쪽)이 31일 오후 경기 용인 신갈동 대통합민주신당 김상일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내빈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왼쪽)이 31일 오후 경기 용인 신갈동 대통합민주신당 김상일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내빈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강경파 주축 “이러다 다 죽어…나가자”
정동영 ‘등산정치’로 계파 결속력 다져
정동영 ‘등산정치’로 계파 결속력 다져
대통합민주신당 안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그 계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은근슬쩍 정치 재개에 나섰고, 그 수하의 일부 강경파들은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신당 창당’ 카드까지 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의 미심쩍은 행보=정 전 장관은 최근 입으로는 “묵언수행 중”이라면서도, 대선 패배 뒤 1개월 남짓 만에 어물쩍 정치를 재개했다. 지난 27일 계보원 250여명과 함께 충남 계룡산을 등반하더니, 31일엔 자신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상일 예비후보(경기 용인기흥)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다들 어렵지만 야당다운 야당의 길을 간다면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손학규 대표 체제의 정체성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 문제 등 별다른 견해 표명도 없이 어느새 당내 정치의 한가운데로 들어서 버린 모양새다. 그는 이날 정동영계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 전 장관은 오는 3일에는 자파 인사 1000여명과 함께 속리산을 오르며 세를 과시할 계획이다.
정 전 장관의 사실상의 정치 일선 복귀에 대해 당내에서는 근신해야 마땅할 정 전 장관이 계파 이익을 보장받으려고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동영계 탈당하나?=정동영계 쪽의 탈당설은 호남출신·원외인사들이 주로 퍼뜨리고 있다. 이들 강경파들은 “이대로 있다가는 앉아서 다 죽게 생겼다”며 “디와이(DY·정 전 장관)도 70~80%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한다. 강경파의 판단은 손학규 대표의 ‘배후’에 있는 정균환 최고위원, 박광태 광주시장 등 옛 민주당 ‘후단협’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좌우하게 되면 호남에 기반을 둔 자신들의 입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더 늦기 전에 당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 ‘새살림’을 차리자는 논리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인사는 “정 전 장관의 고향인 순창·남원 등 전북에서 최소 3~4석, 충북이나 영남에서 1~2석, 비례대표 등을 다 합치면 최소 10석 이상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 호남당·전북당이라고 하면 또 어떠냐. 지금은 정치적 생존이 더 절박하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여러 여건상 정동영계가 정말 탈당하기보다는 호남지역 지분을 최대한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정동영계 핵심 인사는 “설 연휴 이전까지는 일단 당과 여론의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당내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정 전 장관의 불분명한 행보는 정치도의상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고, 계보원 일부가 명분 없는 탈당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당의 결속력을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최고위원은 “정동영계에서 호남의 원외인사들까지 챙겨 달라고 하는데 그걸 들어줄 수는 없다. 당 안에서 시끄럽게 구느니 차라리 분당해서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낫다”고까지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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