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빅4 출마설’에 한나라 ‘맞장공천’
통합민주당 지도부의 수도권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4·9 총선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의 대진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 등은 서울 또는 경기 출마 여부를 깊이 검토중이다. 한나라당도 이들의 출마 가능성이 높은 서울 종로와 중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하는 등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여기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에게 공개 도전장을 던지고, 진보신당의 노회찬(서울 노원병)·심상정(경기 고양덕양갑) 의원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점도 수도권의 선거 열기를 달구고 있다.
■ 민주당 ‘빅4’ 저울질=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 중에서 서울 출마 쪽으로 ‘진도’가 가장 많이 나가 있는 사람은 정 전 후보다. 문제는 지역구 선택인데, 구로을 또는 관악을 출마설이 돌면서 당 안팎에서 입길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두 곳은 각각 민주당 중진인 김한길·이해찬 의원의 지역구로, 두 사람 모두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관악을의 경우 이 의원이 내리 5선을 하는 등 지역 토대가 탄탄하다. 이 때문에 정 전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을 골라 손쉽게 국회에 재진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문국현 전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과 맞붙겠다는데…”라며 정 전 후보가 어려운 지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도 “정 전 후보가 당선에 유리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의미 없고, 정치도의상 맞지도 않다”고 관악을 출마 움직임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는 이달 17~20일께 출마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정 전 후보가 지역구로 나가면, 손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가긴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금실 최고위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양쪽을 놓고 고민 중이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서울 출마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박상천 대표의 전남 고흥·보성 공천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만약 공천에서 배제된다면 서울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 공천 저울질하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나 정동영 전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 등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할 가능성에 대비해 서울지역 공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와 중구는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했다. 종로에선 단독 신청한 박진 의원이 유력하지만, 일단 후보자 확정을 뒤로 미뤘다. 박성범 의원과 양지청(서울대교수), 이윤영(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 허준영(전 경찰청장) 등이 맞붙은 중구도 만약에 대비해 결정을 늦추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벨트’ 7개 지역도 ‘별도 심사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들 지역에 공천 신청을 한 ‘스타급’ 후보들을 전략지역으로 재배치할 여지를 남겨두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서울 서초을에 공천장을 낸 고승덕 변호사가 차출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 인사는 “상대 당의 공천 결과를 보고, 그에 대적할 만한 유능한 인물을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신승근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