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심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려고 서류를 든 채 승강기에서 내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① 전선이 없다/ 안정론-견제론만 나온채 조용
② 인물이 없다/ 올드보이 기세등등…영입 시들
③ 정책이 없다/여-야 뒤바뀌면서 정체성 혼란 4·9 총선이 한달 앞으로 바싹 다가왔지만 여야간 구도와 인물, 정책 대결이 실종된 ‘3무’ 현상이 뚜렷하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안정 의석’을 강조하고, 얼마 전 정권을 내놓은 통합민주당은 ‘견제 의석’을 호소하고 있을 뿐 별다른 ‘전선’을 찾기 어렵다. 이번 선거는 우선 여야간 정책대결의 불씨를 찾아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대안정당’을 외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책공약을 내놓지 못한 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손학규 대표)는 거시적 구호만 반복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제시한 ‘국민성공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쪽은 10년 여당에서 야당으로, 다른 한쪽은 10년 야당에서 집권 여당으로 위상이 바뀌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여당이 되고 보니 총선 정책을 짜기가 조심스럽다. 예산이 가장 중요한데, 야당 때처럼 내지르는 공약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총선이 끝나야 야당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가 현재 진행 중인 공천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물갈이’를 외치지만, 정작 인물 경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인물난’이 심각하다. ‘텃밭’ 격인 호남을 빼고는 지역구 공천 신청 경쟁률이 2 대 1 수준에 그쳤다. 비례대표의 경우, 손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외부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고 한다. 정권을 내놓은 탓이 크지만, 인재 풀이 메말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우상호, 이인영, 임종석 등 ‘386’을 대거 영입한 ‘수혈’은 옛 얘기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공천의 화두를 ‘물갈이’로 잡았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선 현역 의원을 교체할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나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참여정부 출신의 고위 관료들이나 ‘올드보이’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에서 ‘물갈이’는 야당의 구호이지 여당이 강점을 갖는 구호가 아니다. 여당은 오히려 ‘새 인물 영입’에 초점을 두고서 공천을 했어야 하는데, 야당의 물갈이에 경쟁적으로 편승하다 보니 인물 영입이라는 측면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책과 인물 대결이 사라지고, 과거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대립구도가 없어지면서 여야는 안정론과 견제론에만 매달리는 단순한 선거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0일 부산을 방문해 “이번 총선에서는 1% 특권층의 오만과 독선에 의한 독주·횡포를 막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견제정당, 대안정당의 역할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견제론’으로 나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시중의 견제심리는 아직 견제론으로 ‘점화’되지 않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각종 조사에서 40~50%대를 보이며 ‘안정의석론’이 건재한 것으로 나타난다. 뚜렷한 선거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데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당내 공천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체적인 선거전략에 신경을 쓸 여유가 아직 없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후보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공천장 받자마자 공식 선거운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코리아’의 김형석 대표는 “총선이 대선과 바싹 붙어 있어, 인물이나 정책 대결보다는 결국 안정의석론과 견제야당론이 대결하는 구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희철 임석규 기자 hckang@hani.co.kr
② 인물이 없다/ 올드보이 기세등등…영입 시들
③ 정책이 없다/여-야 뒤바뀌면서 정체성 혼란 4·9 총선이 한달 앞으로 바싹 다가왔지만 여야간 구도와 인물, 정책 대결이 실종된 ‘3무’ 현상이 뚜렷하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안정 의석’을 강조하고, 얼마 전 정권을 내놓은 통합민주당은 ‘견제 의석’을 호소하고 있을 뿐 별다른 ‘전선’을 찾기 어렵다. 이번 선거는 우선 여야간 정책대결의 불씨를 찾아보기 어려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대안정당’을 외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책공약을 내놓지 못한 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손학규 대표)는 거시적 구호만 반복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제시한 ‘국민성공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쪽은 10년 여당에서 야당으로, 다른 한쪽은 10년 야당에서 집권 여당으로 위상이 바뀌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여당이 되고 보니 총선 정책을 짜기가 조심스럽다. 예산이 가장 중요한데, 야당 때처럼 내지르는 공약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총선이 끝나야 야당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가 현재 진행 중인 공천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물갈이’를 외치지만, 정작 인물 경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인물난’이 심각하다. ‘텃밭’ 격인 호남을 빼고는 지역구 공천 신청 경쟁률이 2 대 1 수준에 그쳤다. 비례대표의 경우, 손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외부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고 한다. 정권을 내놓은 탓이 크지만, 인재 풀이 메말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우상호, 이인영, 임종석 등 ‘386’을 대거 영입한 ‘수혈’은 옛 얘기가 되고 있다.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공천심사위원회 회의를 위해 승강기에서 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결국 정책과 인물 대결이 사라지고, 과거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대립구도가 없어지면서 여야는 안정론과 견제론에만 매달리는 단순한 선거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0일 부산을 방문해 “이번 총선에서는 1% 특권층의 오만과 독선에 의한 독주·횡포를 막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견제정당, 대안정당의 역할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견제론’으로 나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시중의 견제심리는 아직 견제론으로 ‘점화’되지 않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각종 조사에서 40~50%대를 보이며 ‘안정의석론’이 건재한 것으로 나타난다. 뚜렷한 선거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데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당내 공천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체적인 선거전략에 신경을 쓸 여유가 아직 없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후보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공천장 받자마자 공식 선거운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코리아’의 김형석 대표는 “총선이 대선과 바싹 붙어 있어, 인물이나 정책 대결보다는 결국 안정의석론과 견제야당론이 대결하는 구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희철 임석규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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