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정치세력화 기치…245개 지역구 공천확정 공세
‘245개 전 지역구 공천확정!’
13일 주요 일간지에 평화통일가정당이 전국 모든 지역구에 후보공천을 마쳤다는 광고가 실렸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원내 1당인 통합민주당도 아직까지 못한 전 지역구 공천을 마친 평화통일가정당은 어떤 당일까?
평화통일가정당은 통일교가 정치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지난해 8월 만든 당이다. 당 총재는 곽정환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이 맡았다. 곽 총재는 <세계일보> 사장, ㈜통일 회장 등을 지낸,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오른팔로 꼽히는 인물이다. 당 관계자는 “통일교가 추구하는 평화, 통일, 가정 등 보편적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치를 통해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창당했다”고 설명했다. 245개 지역구의 후보들 가운데는 통일교 목사와 교단의 임원도 있고, 신자가 아닌 후보들도 있다. 3대가 함께 사는 가정, 청소년 순결교육, 3자녀 이상 가정에 학비·병역 혜택 등의 내용을 담은 ‘가족행복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 대표 공약이다. 당 관계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비례대표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외부인도 영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종교단체가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예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는 1964년 공명당을 창당했다. 공명당은 1967년 총선거에서 25명의 후보가 당선돼 중의원에 처음 진출했고, 이후 자유민주당과 사회당 양당의 대립구도 속에서 그 사이를 오가며 세력을 유지해 지금까지도 일본의 주요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부대변인은 “일본 공명당처럼 원내에 진출해 창당이념을 펼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통일교가 국가와 계파를 초월한 종교활동을 하는 것처럼 평화통일가정당도 그런 정치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일교의 갑작스런 정계 진출이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자극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종교적 색채가 짙은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통일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독실한 개신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면 통일교가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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