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초경합 지역 12곳의 공천심사 결과를 넘겨 받은 18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박상천 공동대표 등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국회 본청에 따로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교체율 21.9%…한나라당 38.5%와 큰 차이
“자원 부족” 탓…영남은 68곳중 8곳만 공천
손학규계 약진…정동영계 위축…민주계 몰락
“자원 부족” 탓…영남은 68곳중 8곳만 공천
손학규계 약진…정동영계 위축…민주계 몰락
통합민주당의 지역구 현역 의원 ‘물갈이’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 화약고나 다름 없었던 호남권에서는 물갈이 폭이 30%를 넘었지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은 인물난 탓에 10~20%대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38.5%)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18일까지 공천을 완료한 146곳을 기준으로, 호남권에서는 현역 의원 31명 가운데 10명이 탈락했다. 불출마한 두 명을 포함하면, 현역 교체율이 32%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호남권 30% 물갈이’ 약속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충청권의 경우에도 교체율(27%)이 30%에 근접했다.
나머지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수도권에서는 60명의 현역 의원 중 탈락자가 5명에 불과했다. 이날 여론조사 경선을 마친 현역 의원 세 명도 모두 살아 남아 불출마자(세 명)를 포함해 교체율이 13%에 그쳤다. 영남과 강원·제주 지역의 현역 의원 8명은 불출마를 선언한 신국환 의원을 빼고 모두 공천을 받았다. 더구나 비호남권에서는 4선의 이용희·이인제 의원을 제외하고는 재선 이상 의원들이 모두 재공천을 따냈다. 통합민주당은 자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우지만, ‘쇄신 공천’ 이미지가 반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통합민주당의 공천은 ‘반쪽 공천’이라 할 만하다. 영남 68개 지역구 가운데 18일 현재까지 겨우 8곳에 후보를 냈기 때문이다. 외부 영입도 여의치 않아, 10여곳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때 평화민주당이 영남권 66개 선거구 가운데 28곳(42.4%)에 공천했던 것과 견줘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통합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쪽과 갈등을 빚으면서 이 지역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출마를 포기해 영입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이번 공천 결과로 당내 계파간 세력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당선’은 아니지만, 일단 선수를 많이 내보내야 총선 뒤 당내 우위를 차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공천에서 손학규계는 약진한 반면, 정동영계는 상당히 위축됐다. 최대 계파였던 정동영계는 호남권에서 물갈이의 ‘표적’이 된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손학규계는 대부분 재공천을 받았다. 대거 탈락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친노 세력은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의원 5명이 탈락하긴 했지만, 한명숙·유인태·이광재·백원우·윤호중 의원과 이용섭·김만수·윤후덕·전해철·박범계 후보 등 상당수가 공천을 따냈다.
반면, 옛 민주당 계열은 상당히 주저 앉았다. 신중식·채일병·이상열 의원과 정균환 최고위원 등이 탈락하는 등 ‘통합파’는 거의 몰락했고,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김홍업 의원 등 동교동계도 뒤로 밀렸다. 옛 민주당 ‘사수파’는 최인기 의원과 박주선·김성순·이용삼·성장현 후보 등이 살아 남는 등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민주당 지역구 현역 교체 현황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공천심사와 관련된 회의를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김종수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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