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빈 민주당 ‘우회전-좌회전’ 대결
옛 민주당-손학규쪽 ‘세력교체론’ 오른쪽 싸움
‘중도진보 재건·생활정치’ 중심잡기 왼쪽 맞불
‘중도진보 재건·생활정치’ 중심잡기 왼쪽 맞불
새 지도부 싸고 ‘네갈래 논쟁’
통합민주당이 바야흐로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손학규 대표가 “전당대회 조기 개최, 당권 재도전 포기” 의사 등을 밝힌 뒤 ‘무주공산’이 된 당 안에선 새 리더십의 창출 방법과 노선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추상적 수준이긴 하지만 이념적 지형상으론 대략 네 갈래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왼편에 옛 열린우리당 계열의 ‘중도진보 재건론’과 옛 민주당 탈당파 일부의 ‘당 현대화론’이 있다면, 그 오른편에 차례로 수도권·손학규계의 ‘협조·대안 야당론’과 옛 민주당 사수파의 ‘복권론’이 맞서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3선을 한 김효석 원내대표는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의 현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마이동풍식 거대담론을 들고 국민 여러분의 선택만을 강요해 온 데 민주당의 패인이 있다”며 “국민들의 삶 속에 다가가는 정책으로 (한나라당과) 경쟁하는 따뜻한 생활정치가 필요하다. 이 길만이 민주당을 재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생각은 옛 열린우리당계인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론’과 맥락이 닿아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천 의원은 “우리(민주당)의 정체성은 항상 중도진보, 중도개혁이었고, 이 노선이 옳다”며 “민생문제, 민생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한나라당이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추구한다면 민주당은 중소기업 성장중심으로 확실히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나라당과 대비되는 민주당만의 ‘색깔’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 두 주장은 비슷하지만, 구체성이 부족하고, 아직 ‘세력’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주로 수도권에 분포하는 손학규계 의원들은 ‘협조·대안 야당론’을 내걸었다. 그 대표주자격인 송영길 의원은 이번 총선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민주당이 발목잡는 야당이 돼선 안 된다. 대운하 같은 것은 막아야겠지만,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비판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권 도전 뜻도 숨기지 않고 있다.
박상천 대표나 박주선 전 의원 등 옛 민주당 사수파들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란 점에서 손학규계와 맥락이 통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체성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제시가 없고, 옛 열린우리당 출신들은 물론 총선 참패를 가져온 현 지도부도 당권과 주요 직책에서 모두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통야당의 명맥을 지켜온 자신들이 당권을 잡아야 민주당이 새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손학규계와도 어긋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계에 속하는 전병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섣부른 당권 욕심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수년간 전국 정당화를 지향하며 극복해 왔던 지역당 이미지를 덧칠할 필요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옛 민주당 사수파들을 공박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손학규계에 속하는 전병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섣부른 당권 욕심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수년간 전국 정당화를 지향하며 극복해 왔던 지역당 이미지를 덧칠할 필요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옛 민주당 사수파들을 공박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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