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지역주민 만나며 재기꿈 다져
지방선거 ‘진보세력 부활’ 모색
지방선거 ‘진보세력 부활’ 모색
요즘 통합민주당 안에는 ‘지티(GT·김근태 의원의 애칭)’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아이콘’이었고, 당내에서 재야파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 참여를 스스로 포기하며 어렵지만 큰 길을 택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총선에서 ‘뉴라이트’의 기수를 자처하는 신지호 후보(한나라당)에게 패하자 당내에선 “낭인 사무라이에게 영주가 당한 격”이라며 더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그만 정치를 접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금 패배를 안겨준 지역구(서울 도봉갑)에서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25일부터 열리는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도 꼬박 출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7월6일로 잡힌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별로 진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솔직히 충격이 컸다. 그러나 이것도 내가 해온 12년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큰 틀의 정치를 한다면서 정작 지역구민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반성한다. 그러나 이번 한 차례의 패배로 물러나는 것은 김근태의 방식이 아니다. 다가올 2010년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궤멸적인 상황이 오지 않도록 체제를 정비하고, 인재를 양성하겠다. ‘4년 뒤’도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일부 유권자들이 보수적 행태를 보였다고 해서 ‘우향우’하면 진보세력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여러 측면을 살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겠다.”
그는 언론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쏟아져 들어온 인터뷰 요청도 모두 정중하게 사절하고 있다. 기동민 보좌관은 “언론을 통해 총선의 패인을 평가, 분석, 전망하는 ‘평자’가 되기는 싫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다만 과제를 중장기와 단기로 나누고, 4~6월에는 장기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시작을 김 의원은 생활 현장에서 잡았다. 그는 지역구에서 출·퇴근길 인사를 하고, 지역내 경로당과 시민단체, 재개발추진위원회 등을 찾았다. “당신은 일단 반성하는 마음을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 보좌관이 전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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