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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 ‘대안야당’ 선언하며 ‘비전부재’ 자인

등록 2008-05-26 21:38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정세균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통합민주당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정세균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통합민주당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민주 당선인 워크숍…물가등 20개 정책 제시
추상적 개념 넘쳐나고 정체성 확립 혼란도
통합민주당이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연 18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은 ‘쇠고기 워크숍’으로 끝났다. 대선과 총선의 잇단 참패 이후 야당으로서 새로운 진로와 좌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이렇다 할 토론이나 비전 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날 워크숍 토론 결과를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국민에게 드리는 글’도 워크숍 도중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협상 촉구 결의문’으로 대체했다. 조별 분임토론 결과도 “당의 진로와 관련한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가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발표하지 않았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도 “워크숍은 당의 정체성이나 진로와 관련한 내용으로 진행하고, 쇠고기 투쟁은 그것대로 진행하면 되는데, 몽땅 섞어서 하다 보니 초점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앞서, 민주당이 이날 워크숍 발제문을 통해 내놓은 방향은 ‘강한 대안 야당’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면서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 대안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8대 국회에서 △성장보다 물가안정 주력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중심의 법인세 및 소득세 세제 개편 △한반도 대운하 저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햇볕정책 계승 등 20개 정책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내용과 별다를 바 없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되지 않았다. 당의 정체성과 진로와 관련해서도, ‘실용 개혁’(문희상 의원), ‘창조적 제3의 길’, ‘행복국가’(최인기 정책위의장) 등 추상적 개념만 잇따라 제시됐다. 정책위원회는 “통합민주당 합당 때 공식 노선으로 천명했던 ‘중도개혁주의’와 손학규 대표가 주창했던 ‘새로운 진보’를 조화시키는 개념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정책비교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정책비교

당선인 81명 가운데 55명이 응답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 설문조사 결과도 당의 혼란스런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당선인의 56.4%는 당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비전과 대안 부재’를 꼽았고, 특히 30.9%는 “18대 국회에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 못할 것’이라고 응답하는 등 벌써부터 ‘전투력’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의 우선적인 내부 개혁 과제를 묻는 설문 문항에 대해서도 당선인들의 응답이 ‘정체성 확립’(14.7%)과 ‘결속을 위한 당의 화합’(12.7%), ‘분파 극복’(5.5%) 등으로 갈렸다.


손학규 대표의 인사말도 민주당의 무질서한 단면을 보여줬다. 손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우리가 비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쇠고기 재협상 없이 자유무역협정 없다” “선 피해대책 후 에프티에이 비준”이라는 당론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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