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와 연계’ 무시 애매한 발언 잇따라 눈총
통합민주당 지도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연일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당내에서 눈총을 사고 있다.
이는 특히 한나라당이 17대 국회 막판까지 협정 처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당내에 끼치는 부정적 파장이 크다.
손학규 대표는 27일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을 만나 “지난번 대통령을 만났을 때 쇠고기 재협상의 의지를 보여주면 에프티에이는 (민주당 입장이)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했는데도 그게 안 됐다”며 기존 당론에서 후퇴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민주당의 당론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없이는 에프티에이 비준에 대해 더 이상의 논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협상의 ‘실행’ 여부보다는 ‘의지’ 표현이 없는 점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뽑힌 원혜영 의원은 조건만 되면 미국 의회의 비준 여부와 상관 없이 우리가 먼저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선처리’ 의사를 분명히했다. 원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의회가 먼저 비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우리가 과감하게 (비준동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쇠고기 재협상이 이뤄지고, 에프티에이 체결에 따른 피해 대책이 국민이 납득할 만큼 이뤄졌을 때 이 문제가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명확하게, 쇠고기 재협상 없이는 에프티에이 비준에 원만한 진척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해, 쇠고기와 자유무역협정을 연계시킨 기존 당론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손 대표는 26일 열린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참여정부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17대 국회에서 비준하지 못한 것은 쇠고기 협상을 망쳐놓은 이명박 정부에 그 책임이 있지만, (당시 여당이던) 우리 자신의 책임은 없는가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며 자성론을 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미 당론으로 국민에게 알린 사안을 두고 지도부가 자꾸 오락가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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