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있다 ‘무기력한 정치세력’ 전락할라
‘고시 철회’ 공동 규탄대회
“내각 총사퇴”도 한목소리
‘고시 철회’ 공동 규탄대회
“내각 총사퇴”도 한목소리
야 3당이 다시 뭉쳤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뒤 균열 조짐을 보였던 야권이 다시 공조에 합의한 것이다.
공조 복원은 정부가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를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 뒤 공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자유선진당이 30일 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동에 응한 것이다. 회동에 이어 야 3당 의원과 당직자 등 200여명은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쇠고기 고시 철회 및 재협상 촉구 공동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야 3당 합의사항 중에 새로운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각 총사퇴와 야 3당 대표와의 정치회담을 촉구한 대목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29일 긴급 특별담화에서 요구한 내용이 그대로 수용된 것이다.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실 당직자는 “공조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선진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야권이 다시 ‘공조’에 나선 건,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는 ‘무기력한 정치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5월 한 달은 그나마 국회가 열려있어 야당이 법안발의나 청문회 등을 통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활동무대’가 있었다. 그러나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6월은 다르다. 야당 의석수는 줄어들었고, 18대 개원을 앞둔 국회는 문이 닫혀 있다. 야당이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들불처럼 번지는 국민들의 ‘쇠고기 재협상’ 목소리에 야당은 존재감마저 사라질 처지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5월 ‘쇠고기 정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거리로 나선 민주노동당도 ‘비교섭 미니정당’의 한계를 안고 있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에 관계 없이, 똘똘 뭉쳐 목소리를 높일 필요성은 분명하다.
청와대는 야 3당의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데 내각 총사퇴 주장은 무리한 요구”라며 “대통령과 회동 요구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공세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는 방침이 확고한 만큼, 야당의 요구에 응해봤자 이로울 게 없다고 계산한 것 같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일(일요일)부터 서울 명동성당 당원 집회를 시작으로 ‘원외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당내 ‘쇠고기 재협상 대책추진본부’의 총괄조정역을 맡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국민들의 분노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어, 일단 서울에서부터 시작하고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지방 집회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연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 전 의원은 “시민들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시민들이 요구하면 이를 정치권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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