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파 “실질 성과내야” 반대파 “여권 의지보여야”
홈페이지 “손대표는 한나라 엑스맨이냐” 반대 압도
홈페이지 “손대표는 한나라 엑스맨이냐” 반대 압도
손학규 대표가 급작스럽게 제기한 등원론 탓에 통합민주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손 대표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등원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고 말한 뒤, 민주당은 16일 ‘조기 등원론’과 ‘시기상조론’이 팽팽히 맞서며 종일 떠들썩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 예방법(광우병 예방법) 개정에 동의하고, 재협상 의지를 밝혀 우리가 국회에 들어 가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전날보다 한발 물러섰으나, 박상천 공동대표는 “(쇠고기 등) 모든 문제는 국회에 들어가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조기 등원론을 폈다. 김원기 고문도 최고위에 참석해 “어떤 이유로도 입법부가 이렇게 오랫동안 구성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국회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원내 대책을 총괄하는 원혜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등원 여부, 국회 개원 여부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여당에 달려 있다. 당사자가 문을 열지 않으면서 들어오라고 하면 민주당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다”며 조기 등원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손학규계의 핵심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축전염병 예방법과 재협상 촉구 결의안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등원은 실효성이 없다”며 조기 등원에 반대했다. 박영선 최고위원도 이날 방송에 나와 “(조기 등원론은) 의원들과 깊이 있는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손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중진 의원들의 모임에서는 조기 등원론과 시기상조론이 반반으로 갈렸다. 전날 열린 또다른 중진 의원 모임에서는 시기상조론이 조기 등원론을 3 대 1 분포로 압도했다. 민주당은 등원의 유력한 명분이자 무기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위한 1천만명 청원운동’에 기대를 걸었으나, 지난 10일 이후 겨우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았을 뿐이다.
민주당 내부의 등원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광우병 대책회의’의 박석운 상임위원장은 “재협상을 전제하지 않는 등원론은 ‘촛불’을 흐트러뜨리고 이명박 정부의 국면 전환용 술책에 협조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그런 얘기 자체가 민주당이 아직 제정신을 못 차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이날 올라온 500여건 글에는 “등원하면 민주당을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협박’부터 “손 대표는 한나라당 엑스맨이냐”는 비판까지, 등원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예원씨는 “등원 안 한다고 직무유기라고 탓하지 않겠다. 한나라당의 정책을 100% 저지할 자신 있으면 등원하라”고 말했다. 이연씨는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먹지는 못할망정 뒤엎지나 말았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강희철 김태규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김태규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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