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18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손을 든 채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존재감 없는 민주당’ 이래야 산다
국민들 관심도 멀어져…‘호남 자민련’ 될라 ■ “정체성을 찾아라”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뒤 정책노선과 실현전략 등을 새로 정립하기 위한 집단적 토론과 고민이 결여된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민주당은 한마디로 컨텐츠가 없는 정당이다. 비전과 리더십, 열정이 모두 부재하다.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서 마스터 플랜 하나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대안세력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안에 대한 입장과 정책의 부재가 정체성 상실을 낳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공기업 민영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민주당은 입장이 모호하거나 아예 없다”며 “그러니 전통적 지지층이 우르르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풀었다. 재야 시민사회 원로인 김상근 목사는 “화물연대, 축산농가 등 민생 현안이 있는 곳에 민주당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민생 탐방은 선거 때만 하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최고위 경선에 출마한 당내 인사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당 물’이 안빠졌고, 콘텐츠가 빈곤하다”(문학진), “결국은 리더십과 정체성이 문제다”(문병호), “지금은 가건물 상태나 마찬가지다”(정균환), “국민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송영길), “국민들한테 민주당이 어떤 정당이고, 무엇을 하려는 정당인지 보여주지 못했다”(안희정), “당이 누더기 같이 운영되고 있다.”(김민석) ■ “정강·정책을 재정립하라” 정체성 확립을 위해선 정강정책을 재정비하고, 당원·지지자들과 광범위하게 그것을 공유하는 게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4·9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박경철 의사(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는 “민주당이 대안정당이 되려면 정강·정책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알려야 할텐데, 과거 공천심사 때나 지금이나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은 무엇보다 먼저 ‘나는 누구다’라는 선언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수진 교수(이화여대 정치학과)도 “새로 선출될 지도부는 만사를 제치고 당의 지지기반, 조직, 정책노선 세 요소가 일관성과 유기적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이사는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으려면 정책정당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정당보조금의 30%를 쓰도록 돼 있는 당내 연구원을 활성화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며 차별화된 정책으로 승부할 생각을 하라”고 주문했다. ■ “폭넓게 연대하라” 81석의 소수야당인만큼 시민사회와의 ‘일상적 소통’이 활로로 꼽혔다. 정상호 교수(한양대·정치학)는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외부의 진보적 싱크탱크 집단과 정책협약 등을 통해 시민사회의 정책역량을 흡수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박사(정치학·후마니타스 대표)는 “의석이 적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알리바이일 뿐”이라며 “상황을 빨리 읽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조직하기보다는 이른바 ‘국회정치’의 범위 안에서 안온한 권력을 향유하며 방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근 목사는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지난 총선에서 많이 떨어졌다”며 “이들에게도 역할을 부여해서 원내·외를 아울러야 정체성을 바로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희철 이지은 김태규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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