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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회 긴급현안질의 둘째날 “한총리, 기고만장해졌군요”

등록 2008-07-18 20:04

한승수 총리가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이날 발표한 촛불집회 관련 경찰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승수 총리가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이날 발표한 촛불집회 관련 경찰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물대포는 평화적 진압” “구본홍씨 능력 있어”
야당 의원들 “촛불시위 땐 고개 숙이더니…”
국회에서 긴급현안질의가 이어진 18일, 답변석에 선 한승수 국무총리는 시종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물대포가 가장 평화적인 진압방법”이라고 답변하는가 하면, 하루 전 ‘날치기 주총’이란 비판을 받으며 <와이티엔(YTN)> 사장에 취임한 구본홍씨를 두고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국민 앞에 머리 숙이던 모습과 뚜렷이 대비되는 한 총리의 ‘변화’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기고만장해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총리는 이날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하는 경찰들의 사진을 들고 나와 “6·25 때 인민군이 시장바닥에서 경찰관을 붙잡아 인민재판을 벌인 거나 다름없는 상황 아니냐”고 따지자,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물대포가 나왔는데 다른 어떤 나라의 진압보다 훨씬 평화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비난의 초점이 됐던 물대포 직사와 관련해 “정부로서 가능한 한 최소의 무력을 사용하면서 이와 같은 시위자들의 폭력적인 행위를 제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물대포가 최소의 무력이라는 설명이다.

한 총리는 언론장악 음모를 캐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는 ‘물타기’식 답변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그는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에 임명한 것은 정권의 입맛대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김종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 중책을 맡는 것은 반대하지만 자격 있는 사람이 맡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반대한다. 구 사장은 <문화방송> 보도본부장까지 했던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언론 통제 의도를 물었는데, 한 총리는 ‘능력’으로 말을 돌려 초점을 흐린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이 “검찰이 <케이비에스> 정연주 사장을 소환하려고 전방위 수사를 하고 있는데, 언론장악의 중심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 최 위원장이 사퇴할 용의는 없느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그분이 일 잘하기를 바라는 국민도 많다는 걸 알아달라”며 다시금 본질 회피성 답변으로 응수했다.

자신에게 사퇴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총리는 김 의원이 “내각 총사퇴를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럴 거면 무엇하려고 총사퇴한다고 했냐. 총리는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데 대해 “사의 표시는 시기상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총리는 촛불집회에 대한 과잉·폭력 진압으로 야권의 표적이 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감싸기로 일관했다. 그는 조배숙 민주당 의원이 어 청장의 파면을 요구한 데 대해 “폭력시위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가 맞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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