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쇠고기 특위 불출석”
여당 단독 원구성 강행 의지
여당 단독 원구성 강행 의지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야 강경 방침과 이에 맞서는 민주당의 반발로 국회 파행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오는 11일로 예정된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 때 출석하지 않겠다고 8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 총리는 특위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총리는 국회 본회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만 출석, 국정 전반에 대해 답변한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가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한 사례가 없는데다, 1988년 국정조사가 부활한 이후 총리가 출석한 사례는 전무하다”며 “이는 국회가 총리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관행과 원칙은 계속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미 여러 차례 국회에 출석해 소상히 설명했다”며 “출석한다고 해서 실태 규명에 추가로 도움이 될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참으로 인해 국회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본인은 3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의 권위와 권능이 존중돼야 함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헌법기관으로서 국회가 총리에 대해 존중해 온 원칙과 관행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수 총리의 이런 방침에 따라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을 방문해 한 총리의 불출석에 대한 대책을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81석의 ‘소수의 횡포’에 다수가 끌려다니는 현상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우리끼리 상임위원장도 뽑고, 선진당과 협력 되면 선진당과 협력해서 ‘3분의 2 원구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8대) 국회가 임기 개시되고 난 뒤 6~7월 동안 세비가 60억원이 나갔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금 특위 중심으로 정쟁만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 한국방송 사장 해임안이 의결되고 난 뒤에, 민주당은 민생을 내팽개치고 관심 없어하면서, 오로지 자기들을 지켜줄 수호신인 양 코드인사로 임명된 한국방송 사장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막말’ 수준의 공격을 퍼부었다.
박희태 대표도 민주당을 ‘횡포를 부리는 소수’로 몰아붙였다. 그는 옛 중국의 전국시대 패권국이던 진나라의 횡포를 야당인 민주당과 억지로 연결시키며 “민주당의 요구가 진나라의 요구와 꼭 같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웃 나라들에 조공을 거듭 요구해 결국 그 나라를 삼켜버린 진나라처럼 민주당의 요구가 끝도 한도 없다”며 “한국방송 사장 문제를 갖고 또 요구할 충분한 기미가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시달릴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확실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상임위원회 명칭을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11일 예정된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과의 원내대표 회담 이후로 법안 제출을 일단 미루기로 했다.
강희철 이유주현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