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오른쪽 두번째)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18대 원구성 협상을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오른쪽부터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김 의장,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당 원구성 전격 합의 배경
11일 열린 여야의 원구성 협상은 뜻밖에 전격 타결됐다.
이날 오전까지도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해임 등 ‘악재’가 겹친 탓에 회담의 결렬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나, 결과는 사뭇 달랐다. 민주당이 지난 1일 여야의 원구성 합의를 깬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기 전에는 절대 원구성 협상에 응할 수 없다던 애초 태도를 바꿔 양보안을 선선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KBS 연계 부담스럽다 결론”…원내투쟁에 무게중심
선진창조모임 존재도 영향…‘지나친 양보’ 비판도
■ 민주당의 현실적 선택 민주당 안에선 10일 오후까지만 해도 정연주 사장 해임과 원구성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지배적이었다. 김유정 당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도 이런 방침을 언급했다. 그 바탕에는 지난 1일 이 대통령이 여야 원구성 합의를 일방 파기시킨 데 이어 한승수 총리가 쇠고기 국정조사특위에 불출석하는 등 야당에 대한 태도가 ‘무시를 넘어 능멸’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10일 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의 논의에서 바뀌었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날 “어젯밤에 두 분이 만나 ‘한국방송 문제와 원구성을 연계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원 대표도 이날 원구성 합의 뒤 기자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받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포기하고, 국회라는 공론의 장을 중심으로 (현안에 대해) 다양하고 동시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현실적 계산에 따라 원내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촛불문화제 등 원외투쟁의 한계, 제3의 교섭단체로 등장한 선진창조모임의 존재, 이를 이용한 한나라당의 지속적인 압박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원 대표는 이를 두고 ‘결단’이라고 했지만, 당내에는 지나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 각 당 몫의 상임위 배분 이날 회담에서 원구성의 핵심인 상임위원장 배분은 수석 부대표 회담을 통한 추후 논의에 붙여졌다. 선진창조모임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거중조정자’의 역할을 하겠다며, ‘법사위원장+알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상임위를 모두 19개로 하고, 이를 12(한나라당) 대 6(민주당) 대 1(선진창조모임)로 나눠 갖는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2개 상임위원장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 논의가 끝난 상태이고, 민주당도 법사위원장에 유선호 의원을 내정하는 등 내부 인선작업이 한창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선진창조모임에는 정무위원장이나 보건복지위원장 중 한자리를 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진창조모임에서 다소간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의석 수에 비례해 상임위원장 자리가 배분돼온 관례에 비추어 큰 틀의 합의는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강희철 신승근 기자 hckang@hani.co.kr
선진창조모임 존재도 영향…‘지나친 양보’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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