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 지도부 신임 인사차 신당 당사 찾아
강기갑 결집 주장에 심상정·노회찬 냉담
강기갑 결집 주장에 심상정·노회찬 냉담
강기갑 대표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심상정·노회찬 공동대표 등 진보신당 지도부가 21일 공식 회동을 했다.
‘거리’에서 만난 적은 많지만, 공식 만남은 지난 2월 분당 이후 처음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신임 인사 차원에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진보신당 당사를 방문한 것인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진보대연합에 대한 의견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강 대표는 “네 집, 내 집 따질 게 아니라 큰 집을 하나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진보정치세력의 ‘결집’을 강조했다. 그는 “민생이나 경제 문제가 내 집 앞에 논두렁칠 상황이 아니다. 지금 국면은 정권이 마을 자체를 쓸어버리려는 상황”이라며 “진보세력이 큰 연대를 이루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신당 쪽은 연대라는 원칙에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결집’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심 대표는 “헤어질 때는 헤어진 것이고, 만나야 할 상황이 되면 만난다”며 “제대로 만나려면 진보정치가 국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서로 악수한다고 합쳐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헤어지면서 많이 아팠고, 지금도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아픔에 걸맞는 성찰의 과정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표도 “국민들도 진보정당을 어떻게, 왜 키울 것인가 새롭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두 당은 강 대표가 “언론들이 언제 합치냐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게 제일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라고 말하자, 노 대표가 “대답이 명쾌하면 다신 질문 안 한다”고 답하는 등 은근한 신경전도 벌였다. 심 대표는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한 것이라고 하는데, 탈당 당원은 40%밖에 되지 않고, 60%는 신입 당원”이라며 “진보신당은 촛불에 따라 진화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주에 대응하는 민심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대연합의 수위와 시기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드러나자, 최순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갈라진 아픔이 하루아침에 치유될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며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하면서, 갈라진 동안에는 서로 상처를 주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두 당은 자주 만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강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대표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고, 심 대표는 “오밤중에라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