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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사면초가’ 정세균

등록 2008-09-29 20:53

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과 북핵 대응에 대해 이야기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과 북핵 대응에 대해 이야기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종걸·추미애 의원
정체성 비판에 가세

협력 약속 청와대도
안면 바꾸고 ‘과거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뒤 환한 표정으로 청와대를 나설 때와는 주위 사정이 사뭇 달라진 탓이다.

당내에서는 ‘제대로 따지지도 못할 거면, 그런 회담은 무엇하러 했느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고, 청와대와 정부는 언제 회담이 있었느냐는 듯 공안몰이와 종부세 밀어붙이기 등 ‘과거 회귀’ 드라이브가 한창이다. 차근차근 내실 있게, 협력과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정 대표의 ‘대안야당론’, ‘스몰 딜’ 주장이 안팎에서 벽에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회담에 대한 당내 문제제기는 처음에 스타일 시비 정도로 비쳤다. 그러나 정 대표와 당권을 겨뤘던 추미애 의원이 가세하고 상임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이종걸 의원이 뛰어들면서, 노선 논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이종걸 의원은 29일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나와 “지금까지 야당 대표가 이런 영수회담을 한 바 없다. 정 대표의 국민적 입지가 강화된다 해도 민주당의 입지나 민주당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회담을 정 대표의 ‘대권 야망’과 연관지어 공박했다. 이 의원은 정 대표 쪽이 ‘비주류연합체’로 보는 ‘민주연대’의 창립 준비위원이기도 하다.

7·6전당대회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던 추 의원도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 대표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번 회담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더욱이 ‘야성 회복’을 기치로 내건 민주연대가 30일 출범 예정이어서, 정 대표의 온건 노선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다음 달 6일이면 정 대표가 취임 3개월을 맞지만, 당의 지지율은 그가 취임할 때나 지금이나 15~16%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정 대표의 마음을 급하게 하는 취약점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과거회귀 드라이브가 정 대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국정원 등 공안 당국은 청와대 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시민운동 단체를 압수수색하며 간부들을 연행하고, 한나라당 지도부를 압박해 대통령의 지론인 종합부동산세제 완화를 관철시켰다. 야당이 협력의 ‘협’자도 꺼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최근 상황은 청와대 회담의 합의정신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고,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안탄압이 그렇고, 논란이 있는 정책에 대한 밀어붙이기 조짐도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차곡차곡 실적을 쌓고 싶은 정 대표에게 해일이 밀어닥치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이날 종부세 완화와 관련해 규탄대회를 열고 가두서명운동을 선언하는 등 강경 기조를 강화했다. 안팎의 상황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전술 수정으로 보인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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