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김민석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맞선 불가피한 조치였던 농성을 해제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뜨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여론 악화탓 ‘김민석 사수’ 강경대응 접어
대표 취임 5개월째 당 지지율 10%대 고착
대표 취임 5개월째 당 지지율 10%대 고착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처지가 사면초가의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사 속 항우의 마음을 어지럽힌 사면초가는 적수 유방이 펼친 고도의 심리전술이었지만, 정 대표에겐 실제상황이다.
민주당은 23일 김민석 최고위원 사수 방침을 접고, 농성도 풀었다. 여론의 악화와 당의 입지 축소, 비판적인 당내 기류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야당을 탄압하고 야당을 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표적사정을 할 수 있느냐”며 강경 대응을 이끌었던 정 대표의 리더십은 추가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정 대표 체제가 5개월째를 맞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10%대에서 요지부동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17일치 조사에서는 14.2%를 기록했다.
25일이면 정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국정 동반자’ 선언을 한 지 2개월이 되지만 민주당은 손에 쥔 성과가 거의 없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북한 방문도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정 대표는 최근 당 소속 전문위원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공개적인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일부 전문위원들이 ‘한나라당과 정부가 저렇게 죽을 쑤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그대로다.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민주 시니어’ 창립 모임에서도 “우리 당의 진로나 비전은 한 마디로 답답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이념 지형상 왼쪽에 서 있는 천정배·이종걸·강창일·최문순 의원 등은 곧 따로 모여 의견개진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달 2일엔 ‘야당 속 야당’을 표방하는 ‘민주연대’가 발족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보다 지금이 더 위기다. 그때는 ‘묻지마 투표’ 때문에 민주당 지지도가 낮았다. 그 이후 ‘강부자 내각’, 촛불집회 등으로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무너져내렸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그 반사이익을 전혀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우리를 대안세력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한 중진 의원의 걱정이다.
정 대표는 지난 21일 ‘사월회’ 초청강연에서 “앞으로 2010년, 2012년 선거가 있으니 지금은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우선이고, 본격적 준비는 조금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는 이야기로 읽혔다. 하지만 당내에선 ‘기다려보자’는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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