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각당 이해득실
한 강행처리 부담 털고 명분·실리 ‘독식’
민 끝없는 후퇴전략…‘부자감세’ 구호만
선진, 여당 거들며 실속…민노, 나홀로 야당역할 12일 오후 현재 여야가 의견을 접근시킨 예산안과 법안 내용을 보면, 거의 대부분 정부·여당의 뜻대로 관철됐다. 예산은 정부 제출 수정 예산안에서 1.5% 줄었을 뿐이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별렀던 ‘부자감세 저지’는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 이들이 다짐한 ‘서민예산 확보’도 구호만 남게 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선방했다는 자평 속에 ‘잔칫집’ 분위기다. 경제위기를 구실로 민주당을 거세게 밀어붙여 결국 12일 처리라는, 원하는 답을 손에 쥐었다. 강행처리할 경우 밀어닥칠 정치적 부담을 사전에 털어내고 합의의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셈이 됐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최근 5년 동안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 시점이 모두 12월 27일~31일 사이였던 것에 비하면 20여일이나 빠른 것이다. 예산안 처리라는 큰 고빗사위에서 강공 드라이브로 자신감을 얻은 지도부는 ‘역주행 입법’도 밀어붙일 태세다. 15일부터는 경제관련법이나 사이버모욕죄, 미디어 관련법 등을 일사천리로 밀고 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예산안까지는 평화, 법안 심사부터는 전쟁”이라고 공언해왔다. 치밀한 전략도, 야당다운 결기도 없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민주당은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는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예산안에선 ‘부자감세’ 6조원을 막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따낸 것은 2조원에 불과하다. 서민지원 예산 6조3천억원을 늘리겠다고 다짐했으나, 실제로 확보한 것은 애초 목표의 30%에도 못미친다. 정부·여당의 부자감세에 맞서는 ‘대항 프레임’으로 강조한 부가세 30% 감세는 초장에 접고 말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처리’ 카드로 강한 압박을 가하자 ‘대안정당’ 강박증에 갇힌 지도부는 의장 중재안인 12일 처리안을 덜컥 받아들였다. 그 뒤론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한나라당에 끌려다녔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원내지도부 교체론’이 나도는 등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 선 자유선진당은 살짝살짝 한나라당을 거들며 ‘어부지리’의 실속을 챙겼다. ‘텃밭’인 충청도 예산을 선방했고, 양당 사이를 오가며 중재자의 구실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당직자는 “대운하 관련이나 불필요한 에스오시 예산을 기대만큼 삭감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3당 원내대표 협상 과정에서 나름의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를 사실상 방조하거나 묵인하면서 야당의 구실을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5석의 미니 야당으로 예산안 심사에서 배제된 민주노동당은 물리력으로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기층민중의 이익 대변’을 앞세워 원내대표 회담을 무산시키는가 하면, 법사위의 감세법안 상정도 몸으로 막았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점거·농성 등 구태 정치의 반복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강희철 성연철 기자 hckang@hani.co.kr
민 끝없는 후퇴전략…‘부자감세’ 구호만
선진, 여당 거들며 실속…민노, 나홀로 야당역할 12일 오후 현재 여야가 의견을 접근시킨 예산안과 법안 내용을 보면, 거의 대부분 정부·여당의 뜻대로 관철됐다. 예산은 정부 제출 수정 예산안에서 1.5% 줄었을 뿐이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별렀던 ‘부자감세 저지’는 사실상 무위에 그쳤다. 이들이 다짐한 ‘서민예산 확보’도 구호만 남게 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선방했다는 자평 속에 ‘잔칫집’ 분위기다. 경제위기를 구실로 민주당을 거세게 밀어붙여 결국 12일 처리라는, 원하는 답을 손에 쥐었다. 강행처리할 경우 밀어닥칠 정치적 부담을 사전에 털어내고 합의의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셈이 됐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최근 5년 동안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 시점이 모두 12월 27일~31일 사이였던 것에 비하면 20여일이나 빠른 것이다. 예산안 처리라는 큰 고빗사위에서 강공 드라이브로 자신감을 얻은 지도부는 ‘역주행 입법’도 밀어붙일 태세다. 15일부터는 경제관련법이나 사이버모욕죄, 미디어 관련법 등을 일사천리로 밀고 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예산안까지는 평화, 법안 심사부터는 전쟁”이라고 공언해왔다. 치밀한 전략도, 야당다운 결기도 없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민주당은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는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예산안에선 ‘부자감세’ 6조원을 막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따낸 것은 2조원에 불과하다. 서민지원 예산 6조3천억원을 늘리겠다고 다짐했으나, 실제로 확보한 것은 애초 목표의 30%에도 못미친다. 정부·여당의 부자감세에 맞서는 ‘대항 프레임’으로 강조한 부가세 30% 감세는 초장에 접고 말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처리’ 카드로 강한 압박을 가하자 ‘대안정당’ 강박증에 갇힌 지도부는 의장 중재안인 12일 처리안을 덜컥 받아들였다. 그 뒤론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한나라당에 끌려다녔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원내지도부 교체론’이 나도는 등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 선 자유선진당은 살짝살짝 한나라당을 거들며 ‘어부지리’의 실속을 챙겼다. ‘텃밭’인 충청도 예산을 선방했고, 양당 사이를 오가며 중재자의 구실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당직자는 “대운하 관련이나 불필요한 에스오시 예산을 기대만큼 삭감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3당 원내대표 협상 과정에서 나름의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를 사실상 방조하거나 묵인하면서 야당의 구실을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5석의 미니 야당으로 예산안 심사에서 배제된 민주노동당은 물리력으로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기층민중의 이익 대변’을 앞세워 원내대표 회담을 무산시키는가 하면, 법사위의 감세법안 상정도 몸으로 막았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점거·농성 등 구태 정치의 반복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강희철 성연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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