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도로 민노당’이냐, ‘따로 진보당’이냐 수준…상상력 한계”
“진보신당 당대회. 이른바 ‘독자파’가 승리한 모양이네요. 자기들끼리 자축 분위기입니다. 결국 나홀로 등대 정당 하겠다는 얘긴데, 그 친구들이 모르는 건 그 등대에 전구가 없다는 거에요. 남 길 찾아주러 들기 전에 자기 좌표나 제대로 알았으면...”
자칭 ‘B급 좌파’ 김규항씨와 진보 논쟁을 벌였던 진중권씨가 이번엔 진보신당을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진씨는 29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 27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소극적인 이른바 ‘독자정당파’가 낸 ‘2011년 당 종합실천계획 수정동의안’이 통과된 데 대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진씨는 “정당이 무슨 사회주의 동호회인지, 아니면 좌익 보이스카웃 캠핑인지, 아니면 틴에이저 소셜리스트 카페인지,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냥 하던 대로 하자, 그래 놓고 그걸 승리라고 자화자찬하고 자축들 하고 앉았으니...휴...”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번에 통과된 독자정당파의 수정안은 “새 진보정당은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것과,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모든 진보정치세력들이 참여하는 새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게 핵심이다. 애초 당 대회에 제출된 원안에는 북한 핵개발, 3대 세습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9월까지 새 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 “진보정치세력 간에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2012년 총선을 치러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두 수정안 모두 통합 협상의 핵심 파트너인 민노당 입장에선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내용이란 점이다. 과거 진보신당이 민노당으로부터 떨어져나올 때의 종북주의 논란이 큰 틀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종북주의 자체에 대해서는 진씨도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김규항씨와의 논쟁에서도 드러났듯이 최근 진씨는 진보진영의 대통합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진씨는 “가장 중요한 물음은 대중이, 유권자가 지금 진보진영에 뭘 원하고 있는지, NL이니 PD니 하는 논리가 과연 지금도 통할 수 있는지, 정보화시대에 민중이라는 자들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묻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당이) 무슨 세속적 수도원 같아지겠지요. 온 세상이 다 변하더라도, 우리만은 신성한 좌파의 정체성을 지키리라. 언젠가 사회주의 주님이 재림하실 날까지”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통합파의 비전에 한계가 있었음을 꼬집었다. 그는 “통합파는 결국 대책없이 도로 민노당 하자는 얘긴데 그건 나부터 반대하는 바”라며 “안타까운 것은 논의가 고작 ‘도로 민노당’이냐, ‘따로 진보당’이냐 수준으로 전개된 것. 상상력의 한계”라고 말했다.
한편 진보신당은 이날 대표단 회의를 열어 새진보정당건설추진위원회 건설에 관한 논의를 계속했다. 조승수 대표를 포함한 대표단의 사퇴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진보신당은 밝혔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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