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4호선 열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시민들과 만나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0대들 왜 야권 지지했나
보수 자처한 49살 유씨
“MB 소수 기득권 정책만…이번에 박원순 찍었다”
식당업 하는 43세 김씨
“자영업자 외면한 정책…여당 지지할 마음 사라져”
전문가 “여권 변화 없인 총
보수 자처한 49살 유씨
“MB 소수 기득권 정책만…이번에 박원순 찍었다”
식당업 하는 43세 김씨
“자영업자 외면한 정책…여당 지지할 마음 사라져”
전문가 “여권 변화 없인 총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40대 가장 유아무개(49)씨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다.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도 포퓰리즘 성격이 있다며 반대한다. 그런 그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야권의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
유씨의 설명은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되면 사는 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죠. 그런데 좋아진 게 하나도 없잖아요. 살기가 좋아지기는커녕 가진 자들의 기득권만 지키는 정책을 내놓는데 왜 표를 줍니까. 내 주변에서 평소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이번에는 세상이 변해야 한다면서 박원순 후보로 돌아섰더라고요.”
서울 방배동에서 식당업을 하는 김아무개(43)씨도 “세금 등 공약을 보니 장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까 전혀 아니었다”며 “구제역 사태 때 농민한테는 보상을 하면서 물가 불안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는 외면해서 여당을 지지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씨나 김씨의 예에서 보듯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40대의 ‘반란’이 두드러진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40대의 66.8%가 야권의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다. 한나라당 지지(나경원 후보)는 32.9%에 그쳐 여야에 대한 지지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40대 지지율이 50.6%(<에스비에스> 출구조사), 민주당 정동영 후보 지지율이 27.1%였던 데 비하면 40대의 민심이 완전히 역전됐다.
40대가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불안정과 자녀 교육비 증가, 일자리 불안 등 삶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과 달리 금융회사의 간부로 있는 김아무개(47)씨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던 이른바 ‘386세대’ 출신이다. 그가 박 후보를 찍은 동기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다. 김씨는 “보수를 하더라도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제대로 된 보수를 지향해야 하는데 현 집권세력은 양극화 심화 정책을 쓰고 있다”며 “대학 때 꿈꿨던 이상적인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주변에 박 후보 지지를 열심히 권했다”고 말했다.
어느 사회든 40대는 중간세대라는 점뿐 아니라 활동성이나 발언권 등에서 중추를 이루는 핵심적인 세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기준으로 보면 40대는 전체 유권자의 22.4%를 차지해 인구 구성비도 가장 높다. 그래서 40대는 선거 결과나 사회의 진행 방향을 좌우하는 여론 선도 세대로 꼽힌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도 40대의 표심을 빼놓고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엠비에 대한 4년 전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생활인인 40대가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며 “정치권 특히 여권의 대대적인 변화가 없는 한 내년 총선은 이대로 갈 것으로 보이며,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김효진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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