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협상파 황우여·남경필
당내 강경론에 입지 위축돼
당내 강경론에 입지 위축돼
“이제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가 된 것 같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처지를 두고 17일 그들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당내 강경파의 압박 속에서도 두 사람이 협상파로서 꿋꿋하게 대화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의원들 다수의 강경론을 따를 수밖에 없는 고독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련해 지난 10월부터 여야와 학계·시민사회가 참여한 1500분의 끝장토론을 열었고,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거의 매일 접촉해 야당의 10+2 요구안과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문제 등을 두고 절충을 시도했다.
원내지도부 사이의 합의가 민주당 내부에서 거부당하는 일이 되풀이되자 한나라당 안에서는 황 원내대표와 남 위원장을 겨냥해 “도 닦고 있는 거냐”, “순진한 사람들” 등의 비아냥도 나왔다.
그때마다 두 사람은 “그래도 민주당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의회주의를 되살려야 한다”(황우여), “에프티에이를 여야가 합의처리한다면 앞으로 국회 폭력은 사라질 것이다. 두고 보라”(남경필)며 낙관을 버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몸싸움 처리에 가담할 경우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국회바로세우기 모임’ 소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선 에프티에이 발효, 후 투자자-국가 소송제 재협상’ 제안마저 거부한 뒤, 두 사람도 결연해졌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모든 허물은 제가 지겠다”고 했다. 남 위원장은 “민주당 강경파와 협상파가 80 대 20에서 50 대 50으로 바뀌는 상황까지 끌고 왔다”며 “마지막 결단의 순간까지 계속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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