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비공개로 처리하겠다며 경위들의 저지를 뚫고 방송중계실로 들어온 기자들에게 나가달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부대표단 13명 동의안 연서
본회의 일방의결뒤 표결로
박희태·정의화·황우여·남경필
민주당서 격렬 비난 사퇴요구
본회의 일방의결뒤 표결로
박희태·정의화·황우여·남경필
민주당서 격렬 비난 사퇴요구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서 두 가지 ‘신종 날치기 수법’을 선보였다. ‘예산 의원총회’를 하겠다고 연막을 치며 의원들을 집합시킨 뒤 기습적으로 본회의장에 ‘무혈입성’한 것과, 언론 취재까지 봉쇄하며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점이다. 특히, 4년여를 끌어온 국민적 관심사를 비공개로 처리한 점을 두고 “집권 여당의 비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사상 유례없이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날치기 현장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이, 내년도 선거 때문에 두려웠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비공개 및 강행처리와 관련해 박희태 국회의장과, 사회를 본 정의화 국회부의장,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가 몸싸움장,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 해외나 국내 방송에 나가는 것은 적합하지 못하고, 그것을 노리는 일부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끌려나가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총선에서 참패한 악몽이 재연될 것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국회법 제75조 1항과 제149조의 2 조항에 근거해 비공개 진행을 하고 중계방송을 불허했다고 주장한다. ‘본회의는 공개하되, 의원 10인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 등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국회법에는 또 ‘비공개로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녹음·녹화·촬영 및 중계방송을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비공개로 할 때는 촬영 및 중계방송을 불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비준안 처리를 할 경우 몸싸움 화면이 나가는 것은 국가 이미지에 좋지 않으므로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데 오래전부터 지도부의 공감대가 이뤄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22일 ‘전격 처리’ 방침이 정해지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단 13명의 비공개 진행 동의안 연서→ 본회의 발의→ 상정 및 표결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22일 본회의를 기록한 국회 속기록을 보면, 정의화 부의장이 비공개 진행 동의안을 상정하고 표결을 선포하자, 야당 의원들이 “공개하라!”, “쿠데타야, 쿠데타!”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정 부의장은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공개를 안 하는 거에요”라며 회의를 진행했다. 비공개 진행 동의안이 재석 167인 중 찬성 154인, 반대 7인, 기권 6인으로 가결되자, 야당 의원들은 “뭐가 두려워서 방송을 안 한다는 거에요!”, “역사가 심판하도록 공개해!”라고 소리쳤다. 정 부의장은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회가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줘서…”라며 “지금부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중계방송도 허용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깬 본회의장 방청석 유리 출입문으로 취재진이 입장해 생중계가 가능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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