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맨앞)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 조계종 제13대 종정 진제스님 추대식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대선때부터 반MB·줄푸세 반대 등 ‘원칙 정치인’ 역할
색깔론에 대기업 옹호정책으로 회귀
색깔론에 대기업 옹호정책으로 회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운동 첫날인 29일 이번 총선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수도권 지역 유세에 나서 ‘미래로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28일에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를 찾아 이명박 정부와 껄끄러웠던 불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말 정치 전면에 등장한 박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박해받는 약자이자 미래지향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당 쇄신작업과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 대선 때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치는 세운다) 대신 ‘원칙이 선 자본주의’와 복지 강화를 주장하는 등 나름대로 ‘뉴 박근혜’의 모습을 보여왔다. 또 자세도 “엄청나게 반성하고 있다”(지난해 11월 한남대 강연)며 최대한 낮췄다.
그러나 최근 박 위원장의 행보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그는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대해 “잘못된 이념에 빠진 세력”이라며 사실상 앞장서 색깔 공세를 펴고 있다. 박 위원장의 공식 입을 통한 색깔 공격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통합진보당의 경기동부연합)이 “민주통합당을 이용해 국회를 움켜쥐고 5년 뒤엔 그들만의 정권을 세우려 한다”고 공격했으며, 조윤선 선대위 대변인도 통합진보당을 “급진 정당”이라고 규정하며 “자칫 국회 전체가 통합진보당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와 이로 인한 양극화를 비판하던 박 위원장의 정책 노선도 다시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노선으로 원점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야당은 이번 총선을 1 대 99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증세 등을 통해 기업과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1% 대 99%의 대결을 부추기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1% 기득권층을 변호하고 나섰다. 또 재벌에 대한 각종 규제와 감독 강화 등 야권의 재벌 정책을 재벌을 해체하려는 불순한 움직임으로 비판했다. 결국 대기업 정책에서도 기존 이명박 정부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정책적인 회귀는 총선 후보자 공천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다.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의 새 정강정책에 규정했지만, 나성린, 유일호 의원을 비롯해 이만우, 안종범, 이종훈, 김현숙 교수 등 시장만능주의자와 친재벌 인사들을 후보자로 내세웠다. 수도권의 쇄신파 의원은 28일 “18대 이명박 공천은 그래도 김성식, 정태근, 권영진 의원 등 개혁파의 탄생을 낳았지만, 19대 박근혜 공천으로는 쇄신파 그룹을 형성할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측근도 낡은 구시대 인물들로 다시 채워지고 있다. 중앙선대위의 고문을 맡은 김용환, 서청원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박정희 경제모델의 충실한 집행자였으며, 서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를 만들었던 거물급 친박 인사이다. 의리를 중시하는 박 위원장은 오랜 충성파인 이들 원로 그룹의 조언을 자주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 위원장 왼편에 김용환 고문, 오른편에 서청원 고문이 선 것을 보고 ‘좌용환 우청원’ 시대가 온 것을 확인했다”며 “미래 지향적이기는커녕 갈수록 ‘올드 박근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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