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점심 배식봉사를 한 뒤 문화방송(MBC) 파업에 대한 질문에 “파업이 너무 장기화되고 있는데 노사가 서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MBC파업 노사문제 아닌데도
“노사간에 빨리 타협하길…”
‘본질 모르거나 외면’ 비판 불러
조용환 헌법재판관후보 표결때도
의견 표현없이 ‘모호한 중립’
“노사간에 빨리 타협하길…”
‘본질 모르거나 외면’ 비판 불러
조용환 헌법재판관후보 표결때도
의견 표현없이 ‘모호한 중립’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했던 박근혜 의원은 2012년 6월 현재 국내에서 정치적 파워가 가장 강한 인물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당연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박 의원은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과 달리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와 편가르기 논리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파업 145일째인 지난 22일 처음으로 내놓은 엠비씨(MBC) 사태와 관련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불법적인 정치파업”(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라는 규정 대신에 “안타깝다”는 심경을 표하기는 했지만, 해법과 기본 인식에서는 당 지도부처럼 “노사간 자율”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24일 “엠비씨 파업은 노사문제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심부름꾼을 방송사에 보낸 데서 발생한 방송 민주화에 관한 문제이므로 당연히 정치권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며 “박 의원이 노사간 해결 운운한 것은 본질을 모르거나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수도권의 한 의원도 “박 전 위원장이 김재철 사장한테 힘을 실어줘 문제를 더 꼬이게 한 셈이 됐다”며 “정몽준 의원도 낙하산 문제를 지적하는데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설득력 없는 원론을 해법이라고 뒤늦게 내놓으니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엠비씨 문제와 관련해 “노사자율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특정 프로그램이 경영진의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적 이유에 의해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정후보의 캠프에 있던 분이 대선 승리 후 공영방송의 사장이 되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월 조용환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 때도 ‘모호한 중립’을 택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보수적인 의원들로부터 7개월 이상 부당한 색깔론 공격을 받고 있었다.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 등이 “조 후보자에 대한 발목잡기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의원은 끝내 의견 표명 없이 의원 자율에 맡겼다. 형식상으론 중립이었지만, 사실상 색깔론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 때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의 기저에 깔린 인식과 통하는 데가 있다. 여당의 한 전직 의원은 “박 의원이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등등 여러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른바 국가 정체성이나 이념 문제 등에서는 여전히 꽉 막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이런 태도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이나 이명박 대통령 등 기득권층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박주자 진영의 한 관계자는 “방송 민주화의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과 함께 김재철 엠비씨 사장을 직접 비판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염려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권재진 법무장관에 대해 박 의원이나 당 지도부가 형식적으로만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종철 기자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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