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6개월|정치분야
‘국정원 정국’ 회동제안에 시큰둥
여당 대표와 월례회동도 딱 한번
“이대로 가면 민생도 성공 못해”
‘국정원 정국’ 회동제안에 시큰둥
여당 대표와 월례회동도 딱 한번
“이대로 가면 민생도 성공 못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을 앞둔 지난 2월6일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저는 앞으로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당과 국회를 중요한 국정의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과 긴밀히 상의하고 머리를 맞대겠다”며 여당을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시대’의 정치적 특징은 야당 경시, 국회 무시, 여당 존재감 상실로 구체화됐다.
집권 초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조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밀실’에서 만든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원안 처리를 고집해 거의 그대로 관철시켰다. 야당이 국회에서 수정을 요구하자, 취임 뒤 첫 대국민 담화를 자청한 박 대통령은 종주먹을 쥔 채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물러설 수 없다”며 원안 처리를 압박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능력이 안 된다”고 비판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는 등 국회의 인사검증과 견제 장치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한 조각 파동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4월 중순,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야당과 국정동반자 관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국정원 정치개입 문제로 원외투쟁을 선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제안하며 막힌 정국을 풀어보자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의제와 격을 문제삼아 외면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이 앞장서 검찰의 기소 내용조차 부정했다. 국회에서 정부가 낸 법안을 고치고, 제때 통과시켜주지 않아 복지 공약을 실천할 세원 확보에 차질이 생긴다며 “국민 입장에서 거듭나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상생의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8월19일 국무회의)고 질타했다. 국회를 민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소모적 정쟁의 장으로 폄하한 것이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군말 없이 처리하는 ‘유정회식 통법부’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무시당하긴 여당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4월 중순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앞으로 당의 의견을 많이 듣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역시 말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전진배치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결과 새누리당은 들러리가 돼가고 있다. 황우여 대표가 정국 수습을 위해 ‘3자회담’(박-김-황)이란 절충안을 냈지만, 청와대의 5자회담 고집에 빛이 바랬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의 월례 회동도 지난 5월 한 차례 열렸을 뿐 기약이 없다.
여권의 한 주요 인사는 22일 “박 대통령은 정치 불신이 강하다.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를 두달간 비워뒀다가 정치 문외한인 직업 외교관을 임명한 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느냐”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민생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이고, 정치는 정략적인 다툼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가급적 정치와는 거리를 두려는 것 같다. 이는 국민에게 무엇을 베풀겠다는 시혜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민생에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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