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왼쪽), 원혜영 민주당 의원
조선일보 “남 원장 ‘자유민주주의 통일 위해 다같이 죽자’ 발언”
원 의원 “통제되지 않는 남 원장의 발언 위험하다” 성명 발표
여권에서도 “이런 발언 공개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우려
원 의원 “통제되지 않는 남 원장의 발언 위험하다” 성명 발표
여권에서도 “이런 발언 공개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우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원혜영 의원이 24일 개인성명을 내어 남재준 국정원장이 통제되지 않는 발언들을 하고 있다며 “그 입을 다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 의원은 남재준 원장이 지난 21일 원장 공관에서 간부 송년회를 열어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고 한 발언에 대해 “통제되지 않는 남 원장의 발언은 위험하다. 대통령의 뜻인가? 자숙하라. 남 원장은 그 입을 다물라”고 요구했다. 평소 원 의원이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여권을 비판해온 성향임을 고려할 때, ‘입을 다물라’는 표현은 다소 강한 톤이다.
<조선일보>는 24일치 1면 보도를 통해, 남 원장이 송년회에서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통일돼 있을 것이다.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같이 죽자. 한 점도 거리낌 없이 다 죽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참석자들이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라는 내용의 옛 군가도 불렀다고 전했다.
남 원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여권에선 남 원장이 최근 북한이 ‘장성택 처형’ 등 정권유지를 위한 무리수를 강행하는 기회를 이용해 북한 체제를 허물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북정보 수집 등을 총괄하는 남 원장의 이런 생각과 발언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두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원혜영 의원은 이번 성명에서 “남북 사이 대화와 교류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을 운운한 남 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더욱 파국적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남 원장 발언은 북한이 끊임없이 핵무장론의 이유로 제기해온 ‘체제붕괴 흡수통일전략’ 의혹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이 야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적으로부터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 1급 기밀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남 원장이 북한에 대한 고급정보와 국정원장 개인의 견해를 함부로 발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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