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불리는 ‘문고리 3인방’의 사퇴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정윤회씨 소환 조사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검찰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찌라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문건 내용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 규명은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넘기고 우선은 김 실장 등에게 ‘문건 유출 책임론’을 제기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가 이미 ‘찌라시’라고 단정지으며 수사지침을 제시한 형국”이라며 “대통령 수사지침은 법치주의를 흔드는 것이자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라고 청와대와 검찰을 동시에 겨냥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청와대 문건을 청와대가 유출하고 (이 문건이) 기업으로까지 흘러들어가는 국기문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김기춘 비서실장은 (언론을 상대로) 고소만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 위원은 김 실장과 ‘3인방’을 겨냥해 “이들이 사퇴해야 검찰이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이날 검찰에 출두한 정윤회씨의 변호인이 정씨를 고발한 당 관계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안하무인에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씨가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고소 운운하고 나섰다”며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청와대가 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니까 여기에 편승해 큰소리치는 모양인데, 이 정도 협박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고 성토했다.
새누리당은 ‘민생’과 ‘경제’를 앞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파동’으로 연말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오직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2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는 경제·민생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라 경제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야당도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을 빨리 처리해주는 것이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세영 김경욱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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