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유승민 2파전 치열
대통령 당장악 예전같지않고
후보들, 친박? 비박? 모호
PK-TK 분위기 달라 관심
대통령 당장악 예전같지않고
후보들, 친박? 비박? 모호
PK-TK 분위기 달라 관심
이완구 전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후보자 차출로 갑작스럽게 치르게 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의는 26일 회의에서, 오는 2월2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기로 확정했다.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의원과 27일 출마 기자회견 예정인 유승민 의원의 2파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원들의 ‘표심’에 어떤 변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당 안팎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박심’이 얼마나 작용할지다. 당의 ‘대주주’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새누리당의 원내 파트너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마음을 결정할 의원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당내 주요 선거에서 ‘박심’의 위력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국회의장 경선에선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상대로 친이명박계인 정의화 의장이 압승을 거뒀고,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도 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가 친박근혜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눌렀다. 더구나 최근엔 박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아져, 의원들이 박 대통령 눈치를 덜 살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 결과가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가늠하는 잣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으레 당내 선거가 그래왔듯, 이번 경선도 ‘계파 대리전’ 구도로 치러질지 여부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당내 분열의 모습이나 계파를 운운하는 목소리는 절대로 나와선 안 된다. 당 대표는 절대 중립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주영 의원이 친박계의 지원을, 유승민 의원이 비박계의 지원을 받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 의원은 내내 중립 지대에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특보단장에 임명되면서 친박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사 후보 경선 땐 친박계가 집단적으로 지지한 박완수 전 창원시장 대신 친이계가 지지한 홍준표 지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 안에서도 이 의원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반면 비박근혜계 안에서도 이 의원에게 호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다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조 친박’으로서 적지 않은 친박계 의원들과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전당대회 땐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한 바 있어, 서 최고위원도 유 의원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비박계가 집단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닌데다, 특히 친이계는 2007년 경선 때의 ‘앙금’을 여전히 갖고 있다.
소지역주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김무성 대표가 영남 출신인 탓에, 원내대표마저 영남에서 나오면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주장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 의원과 유 의원 둘 다 짝을 이룰 정책위의장을 우선 수도권 의원들 가운데서 찾으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영남권이지만, 이 의원의 지역구(경남 창원마산합포)가 있는 부산·경남과 유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가 있는 대구·경북 의원들의 분위기도 다르다. 부산이냐 밀양이냐를 두고 수년째 결론을 내지 못한 동남권 신공항도 두 지역을 가르는 쟁점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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