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왼쪽부터 김태호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봉숭아 학당’ 분위기였다. 국민들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맥락에 맞지 않은 발언과 당내 분란만 부추기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무성 당대표는 최고위를 시작하며 “위중한 시기에 우리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정치적 공방에 몰두하면 국민 분노와 비난을 부르는 등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며 “이번 (메르스)사태 해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고, 네편과 내편이 있을 수 없다. 오늘부터 (메르스가) 진정될 때까지 여야간 날선 비방이나 정치공세를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서청원 최고위원은 그러나 “오늘 메르스 문제만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김무성 대표의 조금 전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서 최고위원은 “아무리 당 대표더라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식으로 나무라지 말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최고위원은 ‘여야의 공방을 자제하자’는 김 대표의 제안을 최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벌어지는 ‘친박’(친 박근혜)와 ‘비박’(비 박근혜)의 다툼을 지적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김 대표의 발언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해 ‘발끈’ 한 것으로 보인다. 서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친박 좌장으로 통한다.
이에 김 대표가 “(친박이 아니라) 야당에 하는 이야기다. (그 말씀은) 오해다”라고 설명하자, 서 최고위원은 그제서야 “(메르스 사태에) 당도 대응을 잘하고 있으나 앞으로 의료진과 정치권이 대응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짧게 말한 뒤 발언을 마쳤다. 김 대표는 재차 “오해 마시라.오늘부터 최소 메르스가 진정될 때까지 여야 상호비방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 뒤를 김태호 최고위원이 받았다. 그는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을 물고 늘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당이 청와대에 요청한 당정청협의를 청와대에서 거부한 문제를 거론하며 “이것은 (청와대가) 유승민 체제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당의 단합과 당청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용기있는 결단으로 결자해지 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지난 1일에 이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또다시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이인제 최고위원과 ‘친박’ 이정현 최고위원까지 나서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한 당 안팎의 수습책 등을 거론하고,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책을 강조한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 홀로 ‘유승민 끌어내리기’에 안감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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