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김영란법’
배우자의 금품수수는 ‘인지하고 신고 여부’에 따라 갈려
직무 관련해 받은 돈 기부했어도 법 위반 행위 성립
공익적 목적이면 국회의원에게 청탁해도 처벌 안 받아
배우자의 금품수수는 ‘인지하고 신고 여부’에 따라 갈려
직무 관련해 받은 돈 기부했어도 법 위반 행위 성립
공익적 목적이면 국회의원에게 청탁해도 처벌 안 받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서 제재 대상 여부는 세부적인 상황에 따라 갈린다. 사례를 통해 일부 쟁점을 톺아봤다.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몰랐다면?
건설업자 ㄱ씨는 시에서 추진중인 체육관 건립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ㄱ씨는 시장과 고교 동창으로 시장의 부인도 알고 지내던 사이다. 시장의 부인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다. ㄱ씨는 이 행사에 후원금 400만원을 냈다. 시장은 처벌을 받을까?
후원금 수수 사실을 시장이 몰랐다면, 제재 대상이 아니다. 알고 신고를 했다면 이 역시 형사 처벌을 면한다. 동시에 후원금은 반환해야 한다. 알고도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배우자 외에 공직자의 자녀·부모 등의 가족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차수 변경한 술·밥값은 어떻게?
공공기관 직원 ㄴ씨와 ㄷ씨는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회계법인 대표 ㄹ씨와 밥을 먹었다. 식사비용 60만원은 ㄹ대표가 냈다. 같은 날 셋은 인근 술집으로 옮겨 술을 마셨고, ㄹ대표는 술값 300만원을 결제했다.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초과’라는 형사처벌 대상 기준에 충족되는지 어떻게 따질까?
일단 이 공공기관 직원들이 얻어먹은 식사와 술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 있으므로 ‘1회’로 평가가 가능하다. 비용의 경우 실제 각각 먹은 값을 따져봐야 하지만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 평등하게 분할해 본다. 이 사례의 경우 총 360만원이므로, 3명으로 나누면 120만원이 된다. 1회 100만원을 초과해 금품 등을 제공받았으므로 ㄴ씨와 ㄷ씨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회계법인 대표 및 회계법인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수수한 금품을 성금으로 내면?
학부모 ㅁ씨는 자신의 자녀 담임 선생님 ㅂ씨에게 50만원을 줬다. 교사 ㅂ씨는 이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불우이웃 성금으로 냈다. 법 위반이 될까?
교사 ㅂ씨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았으므로 비록 그 돈이 불우이웃 돕기 등 선의로 사용됐더라도 법 위반 행위가 성립된다. 교사는 50만원의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며,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부정청탁해도 된다?
국회의원이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김영란법이 규제하는 부정청탁 대상에 들지 않는다. 가령 택시에 블랙박스를 달면 예산을 지원하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됐는데, 법 시행 이전에 블랙박스를 단 택시기사 ㅅ씨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ㅇ씨는 국회의원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고, 의원은 국토교통부 담당 국장에 검토해보라고 얘기했다. 이 경우엔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이 전달된 행위로 인정된다.
물론 국회의원이라도 ‘공익적 목적’이 아닌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전달’의 정도를 넘어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법 위반이 된다. 금품수수의 경우에는 국회의원도 예외없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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