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못다 이룬 역사 완성하겠다”
문재인 중심 친노 진영의 세력 분화 예고
문 “함께 경쟁하면 정권교체 가능성 높아질 것”
야권의 잠룡으로 꼽혀온 안희정 충남지사가 1일 “나는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겠다. 김대중, 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겠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불펜투수’를 자처하며 대권 도전과 관련해 확답을 꺼려온 안 지사가 비로소 경기장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는 근현대사 백여년의 그 치욕과 눈물의 역사를 뛰어넘겠다. 그 역사 속에 전봉준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구도 조봉암도 김대중도 김영삼도 노무현도 있었다. 나는 그 역사를 이어받고 그 역사를 한 걸음 더 전진시켜 내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와 가까운 인사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안 지사는 최근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뒤 당 안팎의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을 굳혔다.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도 그 연장선이다.
현역 자치단체장인 만큼, 애초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연말께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8?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뒤 당내 또다른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잰걸음에 나서면서 안 지사의 걸음도 바빠진 모양새다. 안 지사와 가까운 한 당내 인사는 “잠정적으로 12월 대선 출마 선언을 계획하고 있지만, 추석 전후 민심에 불펜투수가 아닌 실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주전선수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포석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유력 대선주자이자 ‘정치적 동지’ 관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지사는 “동교동(김대중계), 친노(친노무현계), 친문(친문재인계), 비문(비문재인계)” 등 계파주의를 뛰어넘고,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 가운데 한 명인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밝혔지만 “친문, 비문을 뛰어넘겠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머물지 않고 ‘안희정의 정치’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안 지사는 추석 이후에 문 전 대표를 따로 만나 결심을 전할 계획이다. 안 지사와 가까운 한 더민주 소속 의원은 “살다보면 친하던 사이에 경쟁하게 되는 일도 있잖나. 안 지사가 ‘선의의 경쟁을 열심히 하자’는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김경수 의원을 통해 김부겸 의원과 안 지사가 잇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환영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비전과 국민의 어렵고 힘든 민생 해결을 위해 함께 경쟁한다면, 우리 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지지 기반을 공유한 안 지사와 문 전 대표가 나란히 대선 경선에 나서게 되면서 친노 진영의 세력 분화가 예고되고 있다. 문 전 대표 쪽이 전당대회 뒤 당내 주류로 확고한 우위를 점한 가운데 친노 인사들은 두 주자 모두에게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같은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안 지사가 본격 등장하면 문 전 대표에게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직후 6년간의 도정 경험을 담은 저서가 출간되면 ‘안희정의 정치’는 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측근은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할 예정인데 이때 현장성 있는 연설을 통해 국민과 접촉면을 늘릴 것”이라며 “안 지사에게는 ‘대화를 통한 상생’이라는 분명한 화두가 있는 만큼 진영 논리에 매인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된 강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언니가보고있다 33회_김광진 “안희정 돌풍 상당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