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출석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재 출연 등 자구조치를 할 용의가 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 전 회장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왼쪽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마지막날인 9일, 여야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핵심 증인들이 빠진 채 이틀 동안 열린 청문회가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이나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를 정확히 드러내거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부도덕한 경영진을 상대로 한 ‘화풀이 청문회’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이날 청문회 시작 직후 “사죄나 사재 출연의 의향”(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을 묻는 질문을 받고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답하며 울먹였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은 ‘책임 통감’과 관련해 사재를 출연할 의사는 없냐는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고민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우리나라 전체 해운사 중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제외하고 모두 흑자를 냈는데, 두 회사의 공통점이 모두 ‘사모님’이 경영한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의 사모님들과 따님들이 회사 경영을 맡아야 할지 자문을 구한다면 뭐라고 답변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전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은 전문경영진으로 하여금 선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답하며, “가정주부로 집에만 있다 나와서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현재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이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이날 청문회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분을) 매각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런 권고를 한 바 없다고 한다. ‘위증’으로 고발할 것을 제안한다”고 지적하자, 이날 저녁 “확인해보니 공정위에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신고한 것을 잘못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대우조선해양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데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에서 나올 때 ‘청와대에서 3명을 내려보내겠다고 하니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며 “청와대 행정관이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 회장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민유성 전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맹탕 청문회’라고 비판을 받은 이번 청문회 말미에는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듯한 질의도 나왔다. 새누리당 청문회 간사인 이현재 의원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청와대에서 열린 서별관회의가 ‘의결’이 아닌 ‘협의’를 위한 것이라는 기구여서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이 밝혀졌고,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판단도 제대로 된 자료에 근거한 판단이었다는 게 확인됐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는 서별관회의 당시의 회의록도, 자금 지원의 근거가 된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보고서도 제출되지 않아,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회는 서별관회의 참석자이자 핵심 증인으로서 이틀 연속 청문회에 나오지 않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송경화 박승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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