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들 싸움 좋아하는 망나니겠냐
거악과 싸우니 국민들이 날 호출
더 근본적인 개혁위해 대선 출마
중앙정치 경험 많으면 되레 약점
‘여의도 개구리’란 말도 있지 않나
트럼프·샌더스도 아웃사이더였다
성장이 침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실 독점되고 투자안하기 때문
이재명식 뉴딜성장정책으로 타파
기본소득 공약 야권도 비판하는데
복지 확대는 국가 의무·국민 권리
헌법 1조뿐 아니라 34조도 읽어보라”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가 내세운 자신의 정체성은 ‘기득권과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동지’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4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된다면 더 빨리 더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있겠다고 믿어 대선에 출마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변화를 바라는, 지금은 소수지만 열망을 가진 국민들이 저의 동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인들 싸움을 좋아하는 망나니겠냐”며 “지금은 저같이 거악을 향해 두려움을 모르고 돌진하는 사람이 없는 시대여서 저같은 사람이 (국민들의) 눈에 띄었고 그래서 국민들이 기초단체장에 불과한데도 유력한 후보로 호출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왜 대통령을 하려 하나.
“대통령의 직위 자체를 권력, 명예, 자기 이익을 위해 추구하는 이도 많을 거다. 저에겐 대통령직도 성남시장이나 시민운동가나 변호사처럼 하나의 수단이다. 불공정과 불법을 청산하고 모든 사람이 억울한 일 없는 공정사회를 만드는 게 저의 필생의 꿈이다. ”
-출마 선언 자리에서 가족들을 소개한 것이 특이하다.
“저의 꿈이 그야말로 저의 개인적인 정치적 욕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포함한 이웃, 평범한 약자들의 소박한 열망 그 자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가족 사이의 불화 문제. ‘박사모’ 지부장을 맡고 어떻게든 저를 막아보겠다는 분(셋째 형)이 계신데 그분이 왜 그리 됐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평범한 가정에 흙수저라도 갖고 태어난 집안이라면 이런 일(형제 간 불화)이 있었겠나. ‘무수저’(수저도 없을 만치 가난한) 집안에 저라는 사람이 돌출적으로 드러나게 돼 가족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정치 경험, 특히 의회와 정당 경험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이 시장은 중앙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정치 경험이 많으면 마모돼 특성이 사라진다. 장점보다 약점으로 작용한다. ‘여의도 개구리’란 말도 있지 않나. 여의도만 들어가면 국민이 아니라 세력을 보고 움직인다. 그보단 국민들 속에 가까이 있으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는 이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트럼프도 샌더스도 ‘아웃사이더’고 변방이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국민에 가장 가까운 존재다. 진짜 변화는 국민으로부터 오는 거다. 진정한 개혁, 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기득권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정치인끼리 타협해서 되겠나. 야당이 다수당 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실제로 낸 성과가 별로 없다. 결국은 타협, 절차 이런 것들을 너무 중시하다보니 그런 거다. 국민과 함께 싸워 현실의 벽을 넘는 게 정치고, 정해진 틀에서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건 관료가 하는 일이다. 중앙정치 경험이란 게 지금의 현실에선 70년 적폐 청산을 해나갈 혁명적 시기엔 장애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정을 누구와 어떻게 이끌어 나갈 건가.
“현장의 실천가들을 주로 쓰고 싶다. 예를 들면 노동부 장관은 노동운동하는 노동자, 문화부 장관은 문화 활동가들 속에서(임명하려 한다). 제3자, 논평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촛불정국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탄핵안 가결 뒤 상승세가 꺾였다.
“촛불국면에서는 과거 적폐 청산이라는 전쟁을 치른 것이고 제가 국민 뜻에 부합하는 주장을 했기에 ‘동료의식’이 높았다. 다음 단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거냐의 문제다. 공약이행률 등 일관성 원칙에 있어 제가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본다. 또 여론조사와 실제 경선 결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경선은 100만명 정도 투표할 텐데 당위를 갖고 투표하는 경향이 높다. 적극적 지지층에선 제가 우세하다. 저는 야권연대할 가능성에 있어서 높이 평가를 받을 거고, 실제 대통령이 됐을 때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우리 사회 최대 과제인 재벌 기득권 횡포를 억제하는 것, 재벌과 싸울 의사가 있느냐, 저항을 이겨낼 각오와 결기가 있느냐는 점에서 제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제정책으로 제시한 ‘이재명의 뉴딜성장정책’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성장과 균형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다. 성장이 침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실이 독점되고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장의 과실이 구성원에 골고루 배분되면 그게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도토리가 떨어지면 땅을 비옥하게 해 다시 도토리가 생기잖나. 그런데 누가 거둬가면 어떤가. 나무가 못 자란다. 첫째, 강자 재벌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 둘째로 노동 분야를 보호하고 노동권을 강화해 가계의 몫을 늘리는 것. 세번째로 과도한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해 국민 복지를 증진하고,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 그렇게 하면 경제는 성장한다.”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문 패권주의'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의 권력을 가진 쪽이 약간의 어드밴티지(이점)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기에 비판하고 싶지 않다. 다만 특정인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정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시대가 요구하는 게 뭔지, 국민의 절실한 요구가 뭔지에 집중하고 정치인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 최대 과제는 기득권을 혁파하고 공정한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거대 기득권과 싸우는 투지가 필요하고, 그들과의 연관성이 떨어져야 하고 인연·결탁 관계가 적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전 대표가 거대 기득권, 사회악들과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분인지에 대해선 최근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민은 공짜밥 원하지 않는다. 세금 거둬 나눠주는 복지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희정 지사께선 ‘공화국’을 매우 강조하잖나. 헌법 조문 1조만 읽었는지 몰라도 34조까지 읽어보도록 말씀드리고 싶다. 헌법 34조2항을 보면 “국가는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복지 확대는 국가의 의무이고 국민의 권리다. 권리자인 국민에게 배분하는 걸 나눠준다고 하나. 의무를 이행하는 거다. 그게‘민주’공화국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디스팩트 시즌3#37_야권 대선주자 출마선언문 집중 분석]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