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정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회관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좀처럼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를 ‘예언’하며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그이지만, 여론조사의 흐름은 아직까지 안 전 대표 뜻대로 가지 않고 있다. 반 전 총장에게 가 있던 중도층 표심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보수 표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빼앗기며 ‘후속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전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7%를 얻어,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5위로 나타났다. 한때 여론조사상 2위를 달리던 그가 이제는 문재인·안희정·황교안 3인에 밀리는 4~5위 주자로 위축된 것이다. 갤럽의 일주일 전(1~2일 실시)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안 전 대표 지지도는 중도층에서 3%포인트(10%→7%), 호남에서도 2%포인트(13%→11%)가 빠졌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45%에서 40%로 하락했다. 갤럽 관계자는 “안 전 대표를 지지하다가 ‘정권교체를 못하면 어쩌나’ 하는 심리로 어쩔 수 없이 문 전 대표를 지지하던 호남 표가 이제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갔다”고 분석했다.
안 전 대표 쪽은 “문재인·안희정 지지율은 민주당이 경선 국면에 접어든 데 따라 주목받는 효과가 큰 것”이라며, 민주당 경선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 등 굵직한 변수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안 전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 구속을 놓고 진보층에서도 층위가 갈리고 중도·보수층까지 민심이 한번 정리될 것”이라며 “향후 숨은 중도·보수층이 나타나면서 안 전 대표가 경쟁력을 보이는 국면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제 아래 안 전 대표는 최근 보여온 중도·보수 행보를 이어가며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 재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히거나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불참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도·보수 표심 끌어안기에 집중할 경우, ‘집토끼’인 호남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특히 안 전 대표의 ‘11일 촛불집회 불참’ 방침을 놓고 국민의당에는 지지층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에 대해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물리적으로 일정이 안 됐고, 보수단체에서는 ‘기각하라’고 뭉치고 이 쪽은 ‘인용하라’고 하는 게 자칫 혼란의 위험이 있지 않냐는 의사 표시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 전 대표와의 경쟁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11일 광주 금남로를 찾아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다.
송경화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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