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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차기정권 연립정부 불가피…일자리 천국 만들 것”

등록 2017-02-13 20:11수정 2017-02-14 03:19

대선주자 인터뷰 |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누가 대통령 되든 여소야대
개헌 통한 독일식 내각책임제 필요
도지사때 일자리 74만개 만들어

문재인쪽 배타적·폐쇄적·교만
문 당선땐 정권교체 아닌 패권교체
탄핵 인용 전후 ‘게임 체인지’될 것

재벌 지배구조 개선·횡포 차단
성장률 낮아지며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근 국민의당과 전격 통합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다음 대통령은 다당제의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하게 된다”며 연립정부 구성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손 의장은 “이를 위해선 개헌을 통한 독일식 내각책임제가 필요하지만, 대선 전 개헌이 안 되면 새로운 대통령은 실질적인 연립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의장은 특히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문 전 대표 쪽의 배타적, 폐쇄적, 교만한 세력이 당권을 쥐고 그것을 국권으로 연장하려 한다”며 “이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박근혜 패권’이 ‘문재인 패권’으로 가는 패권 교체에 지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왜 출마하려고 하나.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낫다’는 근거는?

“나라에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이 크다. 학교도 좋은 데 나왔고 국회의원도 4번, 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 2번을 역임했다. 경험과 지혜를 국민에게 되돌려드려야 한다. 어려운데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또 지금 제일 어려운 게 일자리다. 제가 일자리 천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경기도지사할 때 파주필립스엘시디단지, 판교테크노밸리 건설 등으로 일자리 74만개를 만들었다.”

-대통령 하기보다 되는 게 더 어렵다. 자신 있나.

“물론이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 쉬웠지만,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놨다. 국민들이 ‘누가 안정적으로 개혁 이끌 것인가’ 생각하면 손학규를 볼 것으로 생각한다.”

-‘나이(70살)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나이가 아니고 시대를 보는 비전과 시대정신의 문제다.”

-정계 은퇴 번복, 잦은 당적 이동 등 비난 여론이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정치인은 소속보다도 자기 소신과 비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당이 개혁세력의 선두로서 우리나라 개혁 정치를 이끌 중심이라고 생각해 통합했다.”

-2012년에 ‘저녁이 있는 삶’이 대유행어가 됐다. 이후 새 담론이 있나?

“아주 유용한 구호지만, 지금 많은 청년들이 저녁이 없는 삶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고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어떻게 멋지게 대통령 슬로건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과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등으로 이른바 ‘제3지대’ 개편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새판짜기 선언이 실패한 것 아닌가?

“새판짜기는 이제 본격 시작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는 전후로 해서 본격적인 ‘게임 체인지’가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과거 적폐청산 차원에서 친노(무현), 친문(재인)이 주를 이뤘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주체는 안정된 기반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세력이 돼야 한다. 저는 제3지대가 아니라 개혁세력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손학규를 찾게 될 것이다.”

-국민의당은 38석인데,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긴 어렵지 않나

“다당제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다. 그래서 연립정부를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독일식 책임 총리에 의한 내각책임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것이 연립정부의 기초다. 다만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 때까지 개헌이 안 되면 새로운 대통령은 실질적인 연립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현행 헌법에서 어떻게 가능한가

“대통령이 총리 등 각료 임명권과 해임권에 대해 국회 의견을 따르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대선 때 결국 개헌 문제가 나올 것이고, 대통령 당선 뒤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당과 왜 통합했나.

“이번 대선은 결국 야-야 구도로 갈 것이다. 박근혜 세력이 대통령 후보를 내더라도 지지율 5~10%를 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문재인 대세론’을 얘기하지만, 결국 ‘박근혜 패권’이 ‘문재인 패권’으로 가는 패권교체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개혁세력이 뭉칠 것이다. 국민의당이 안철수씨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면서 생긴 정당이고 다당제를 확고히 한 개혁정당이다. 새 개혁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통합했다.”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를 넘어설 수 있나.

“국민의당 당원들이 결국 문재인과 대결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깨끗하고 꿋꿋한 분이다.”

-탄핵안 인용이 안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탄핵이 반드시 인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탄핵은 국민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국민 뜻을 거역할 수 있는 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손잡을 수 있나.

“통합은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다. 대선 구도가 야 대 야 구도인데 통합하라는 얘기는 대통령 선거 안 하겠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크니 들어와라’ 이런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현재로선 박근혜 대통령의 탄생과 (국정) 운영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하고 국가의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다음에 판단할 일이다.”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대연합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합칠 일은 없다고 본다.”

-문재인 전 대표를 ‘제2 박근혜’라고 표현했다. 문 전 대표가 당선돼도 정권교체 아닌가?

“정권교체는 이미 왔다. 어떤 정권교체냐의 문제다. 문 전 대표 쪽의 배타적, 폐쇄적, 교만한 세력이 당권을 쥐고 그것을 국권으로 연장하려 하니까 박근혜 패권이 문재인으로 가는 패권 교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친박을 배제하자는 건 국민들이 공감하지만, 친문이 안 된다는 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안철수 전 대표를 탈당하게 만든 게 누구인가. 문재인과 그 세력이다. 그런 세력이 우리 정치를 장악했을 때 거기서 비선실세가 나오고 국정농단이 나온다. 제2의 박근혜가 나오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를 한다.”

-이번 선거가 문재인이냐 아니냐, 즉 ‘문재인 프레임’만 강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에선 ‘문재인으로 되겠어?’라며 걱정들을 많이 한다.”

-왜 7공화국이라고 말하나.

“6공화국은 87년 헌법 체제를 통해 5공에 대비되는 체제였다. 이걸 끝내고 새로운 헌법체계, 체제개편을 얘기하는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 중심과 검찰공화국에서 벗어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체제 차원에서 7공화국을 주장하는 것이다.

-어떤 권력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나.

“독일식 책임총리제를 말씀드린다. 독일의 번영과 경쟁력, 최대·최고의 복지국가, 동·서독 통일 등이 어떻게 이뤄졌나 보니 정치적 안정이 있었다. 책임 총리에 의한 연립정부가 (배경에) 있었다. 여소야대가 현실화되는 마당에 권력구조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한다.

“저도 그게 고민스럽다. 국민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 배분 등은 국민과 국회에 맡겨야한다.”

-재벌정책에 대한 생각은?

“재벌개혁은 두 가지다. 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를 끊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빼앗아가다 보니, 중소기업은 문을 닫거나 한계기업으로 남아있다. 공정거래법 등을 바꿔서 이를 철저히 차단하고,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하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튼튼히 만들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생각은?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환원시켜야 한다. 다만 그에 앞서서 해야 할 일은 기술개발 자금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구조조정해서, 대기업에 대한 세금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을 뿌리 뽑아야 한다.”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곧바로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다. 정책보다 좀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에너지와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위기를 극복했다. 경기지사 시절, 모든 것을 일자리에 역점을 두었더니 모든 정책이 일자리에 집중되는 ‘통합효과’가 있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는 밀접한 관계다. 기업이 잘되면 경제성장에 도움될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견해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빈곤층이 많아질 것이다. 국가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복잡한 사회보장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기본소득 제도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복원해야 하나?

“이 정부의 대북관계 중 가장 잘못한 게 개성공단 폐쇄다. 물론 북의 군사적 도발이 있었고, 이는 군사적 억지책과 국제적 공조강화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전시에도 대화의 길, 평화의 길은 있어야 한다. 평화의 길에 있어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하다. 평화의 길이야말로 북에 대한 개혁, 개방의 핵심이다. 또 북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것이 한반도 교류·협력을 정착하고 통일 기반을 만드는 길이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강경하게 대처한다. 한-미 관계, 남-북 관계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북-미 관계를 연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한반도의 주인은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그 힘으로 중국과 미국을 끌어들여 한반도 평화를 이뤄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관계 개선을 하고 수교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게 한국 정부의 역할이 돼야 한다. 미-북이 소통하면, 중-미 관계가 달라지고 그 안에서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의 중심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성한용 선임기자,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혁명 꿈꾸던 엘리트, 네번째 ‘대통령 도전’

[성한용 기자의 손학규 관찰기]

젊은날 반독재·인권투쟁 자부심

의원·장관·경기지사 ‘화려한 경력’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대통령을 가장 잘 할 사람’으로 꼽혔다. 일자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 합리적 개혁 성향의 폭넓은 스펙트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열정,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성품 등을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은 되기가 더 어렵다.

손학규 의장은 엘리트다.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영국 옥스포드대 정치학 박사, 대학교수 출신이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국회의원, 장관, 경기지사를 지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경력이다.

마지막 목표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민주당으로 옮겨가 2007년, 2012년 두 차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제 그는 국민의당 사람이 됐고 세번째 정당에서 네번째로 대선에 도전한다.

손학규 의장의 끝없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젊은 시절 그는 안온한 미래를 포기하고 혁명을 꿈꿨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 싸웠다. 도시빈민선교에 투신했고, 기독교회관이 있는 ‘종로 5가’에서 반독재·인권 투쟁을 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몸을 낮춰 불의에 맞서 싸웠던 엘리트의 자부심과 긍지가 바로 손학규 의장이 가진 열정의 원천이다.

2014년 선거에서 패배하고 정치를 떠났던 그는 소명에 다시 부응했다. 그러나 소명과 욕심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를 부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외면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는 것을 계기로 게임 체인지가 이뤄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보면서 손학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닐까?

“석달 전에 박 대통령이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앞으로 100일간 한국 정치의 변화는 과거 10년의 축약이 될 것이다. 그래서 빅뱅 얘기를 하는 것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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